홍길동 씨가 30일 집 근처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사이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내년 2월28일 기준 홍길동 씨는 음성일까, 양성일까. 아니면 앞서 음성판정을 받았으니 음성일 확률이 1%라도 높아질까.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답은 ‘모른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로 음성 판정을 받은 후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나면 그 사이 어느 경로로 감염될지 확신할 수 없다. 홍 씨에게 약간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야 있겠지만, 코로나 유행이 거센 상황에서 홍 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서울 서초구는 전 구민 무료 전수검사를 발표했다. 현재 7곳 운영 중인 선별검사소를 18개 동별 1곳 이상으로 확대해 월 2000명 가량인 검사역량을 일 7000명 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안이다. 이렇게 늘려도 43만 전 구민 전수검사가 끝나는 시기는 내년 2월말에나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당 정치인과 일부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근 전 국민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넘나들고 무증상 감염이 눈에 띄게 증가한 상황에서 역학조사에만 의존하는 대신 검사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전 국민 전수검사 필요성 역시 같은 궤도에서 나온 정책적 발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담보로 지나치게 검사집단을 키우는 우를 범했다. 전 국민 전수검사를 시행한다면 모두 471일이 걸려야 한바퀴를 돌 수 있다.
지금부터 471일 후라면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아직 개발이 완료도 안 된 백신을 기다리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전수검사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나 인력, 최초 검사자가 그 이후 감염될 경우의 후폭풍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결국, 전수검사는 ‘전수’에만 초점을 맞춘 정치적 수사이지 ‘검사’에 초점을 맞춘 방역대책으론 미흡하다. 정치인 입장에선 어중간한 방역대책을 내놓아봐야 반응도 효과도 미적지근한 상황에서 화끈하고 깔끔하게 전수검사로 ‘사이다 발언’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니 검사 정확도를 다소 낮춰서라도 속도를 높여 전수검사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는 거다.
제주도는 요양·정신병원 및 시설 142곳에서 근무 중인 3800명을 2주에 1번씩 전수검사한다. 전라남도도 사회복지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 4만7000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2주 간격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정도 인원이라면 지역에서도 소화 가능한 물량으로, 잠복기를 따졌을 때 효과도 기대 가능한 수준이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극단적인 수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이득을 취하려 하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어느 집단이나 계층이 취약한지, 검사 인력과 역학조사 인력은 충분한지, 실제 검사속도를 높일 방법은 뭐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전수검사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백신이 올 때까지 확산속도를 늦추는 것이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할 일이다.
박용준 공동체데스크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