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고난의 2020년을 보낸 국내가 새해 백신과 치료제 보급 및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대적으로 개발 행보가 더딘 국산 백신 한계 극복을 위해 해외로부터 공수하는 기반 작업을 일단락 지은 한편, 국산 치료제 허가를 통한 자급 노력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는 총 5600만명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완료한 상태다. 1분기 도입이 예상되는 아스트라제네카 품목(1000만명분)을 시작으로 2분기 얀센(600만명분)·모더나(2000만명분), 3분기 화이자(1000만명분) 등 총 4개사 품목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세계백신공동구매 연합체를 통한 1000만명분의 도입 시기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수급은 국내 최대 과제로 꼽혀왔다. 상대적으로 더딘 국산 백신 개발 속도에 당분간 외산 제품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인 탓이다. 현재 국내 임상이 승인된 코로나19 국산 백신은 총 6종이지만 모두 1상과 1·2상 등 초기 임상 단계에 불과하다. 이미 해외에서 허가를 획득한 외산 제품들과의 개발 격차가 최소 1년은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 속 백신 안정성에 대해 신중론을 펼친 보건당국이 도입 물량 확보에 해외 대비 더딘 행보를 보인 탓에 물량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계약을 시작으로 한해 마지막 날 모더나 품목까지 물량을 확보 관련 우려를 일단락 지은 상태다. 접종 계획은 이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의료기관 종사와 65세 이상, 성인 만성 질환자 등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수급에 한숨 돌린 국내 상황 속 치료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 12개 국내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셀트리온(068270)이 지난달 29일 임상 2상 완료 후 조건부 허가심사를 신청하며, 첫 국산 치료제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식약처 역시 기존 심사기간 180일을 40일 이내로 단축해 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이달 내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획득해 이미 의료현장에서 사용 중인 GC
녹십자(006280) 품목과 기존 품목을 활용해 개발 중인
대웅제약(069620)과
종근당(185750) 품목 역시 1분기 조건부허가 신청이 예상된다. 당분간 전량 해외 품목에 의존해야 하는 백신에 비해 자급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게되는 셈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허가받은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보건당국 역시 발빠른 백신 및 치료제 수급을 위한 대응을 마련한 상태다. 식약처는 지난해 4월 백신·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한 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프로그램인 '고(GO) 신속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부터 허가심사, 기술정보 공유, 국제협력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존 30일이던 임상시험 계획 승인 처리 기한을 신물질의 경우 15일 이내, 약물재창출일 경우 7일 이내 처리해 신속한 임상 진입이 가능해진 상태다. 이어 8월에는 선제적 대응을 위한 전담심사조직 '신속심사과'를 신설, 평균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배치한 상태다.
이밖에 품목 허가신청이 예상되는 90일 전부터 분야별 전문심사자들로 구성된 '허가전담심사팀'을 통해 허가 신청 전 상담과 검토를 진행하고, 심사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새해는 백신과 치료제 활용이 가능해지는 해이며, 이는 유행을 종식시키거나 치명적인 위협을 없앨 수 있는 큰 진전"이라며 "2월부터는 예방접종이 시작될 예정이고, 비슷한 시기에 항체 치료제도 활용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