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재벌가 상대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이 5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장 김모씨에 대해 “다수의 진료 기록을 허위 작성하고 수술 동의서까지 위조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간호조무사 신모씨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의 공동 추징금은 1억7319만원이다.
재판부는 “김씨는 2018년 일주일에 한두 번, 2019년 2~4차례 아침부터 저녁까지 투약했고 병원 직원들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진술했다”며 “김씨가 새 시술 기기를 들이면 스스로 테스트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설령 테스트에 마취가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필요 범위를 넘어 의료를 빙자해 투약하는 것은 업무 이외의 행위”라며 “프로포폴은 전신마취 유도 등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취제라 불안장애 치료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의료인으로서 프로포폴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지방흡입술 등이 김 원장 본인의 프로포폴 투약을 위해 기록됐고, 환자 기록도 시술명과 약만 기재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레이저 시술이 프로포폴 투약이 필요한 정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자료도 없다고 했다.
김씨는 과거 향정의약품 투약으로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 병원을 운영하며 환자에게 알선한 전력이 있는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신씨는 2016년부터 총괄실장으로 일하며 김씨의 업무 외 프로포폴 투약 행위에 관여한 점, 이 과정에서 김씨 대신 레이저 시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반복한 점 등이 고려됐다.
추징금은 따로 재판중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 등 환자 신용카드 결재 내역과 투약 시점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
김씨 등은 시술과 무관하게 여러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이를 숨기려 병원 직원과 지인 명의로 투약 내역을 분산 기록해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김씨 본인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의사면허가 없는 신씨에게 레이저 시술 등을 지시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따로 재판중인 채 전 대표는 2014년 햇빛 알레르기 치료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뒤 반복해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