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와 접속사회의 적들

입력 : 2021-01-11 오전 6:00:00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학창 시절 배웠던 말이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도 적용된다. 다만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며 소통하는 접촉사회였다면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접속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는 지구촌을 접촉사회에서 접속사회로 급격하게 전환하게 만드는 촉매제 구실을 한 감염병이 됐다. 코로나가 접촉사회라는 구시대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바야흐로 접속사회라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늘 불안과 희망이 교차한다. 익숙한 것과의 이별에서 오는 고통과 불안이 뒤따른다. 기존 사회에서 잘 나가고 잘 지내던 사람과 조직 구성원들 가운데 갑자기 찾아온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흔히 있다. 반면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재빨리 적응하는 혁신자들과 조기 적응자들은 막대한 새로운 부를 쌓아 불안의 땅에 행복의 나무를 키운다.
 
코로나가 가져온 접속사회는 개인과 기업, 국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코로나는 모두에게 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여행·항공·공연업계 등에게는 코로나가 가져온 접속사회가 분명 엄청난 위기로 작용한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반면 ‘집콕’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특징인 접속사회에서는 가전업체와 반도체, 정보통신 기업 등이 호황을 누린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등한다. 삼성전자가 그 대표적 상징이다.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월급을 이전보다 더 받으며 불안의 감염병 시대에도 비교적 잘 지낸다. 이들 기업에 주식투자를 한 개인과 기업들도 쾌재를 부른다.
 
접속사회에서도 그 어느 사회처럼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빛을 지닌 대표적 집단은 비대면 사회에서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고 외려 더 돈을 잘 버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과 기업들이다. 화상회의를 할 수 있고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접속하며 사무를 보거나 사업을 할 수 있는 전문직·기술 노동자 집단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에 따르면 접속사회에서 가장 잘 지내는 부류에 속한다. 이들에 견주어서는 접속사회에서의 삶과 노동이 팍팍하지만 그래도 사회를 지탱하는데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간호사, 배송업체 노동자, 경찰·소방관, 군인 등 필수 직종의 노동자들은 접촉사회 때보다 더 바쁘거나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들과는 달리 코로나로 직장에서 사실상 쫓겨나거나 임시 휴직한 사람들, 그리고 문을 닫아야만 했던 자영업자 등 무급자들은 그림자가 심각하게 드리운 집단이다. 여행·항공·공연업계 종사 노동자와 카페·식당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접촉사회에서도 일반 시민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던 유령집단, 즉 교도·구치소 재소자와 불법 입국자 수용소, 노숙자 보호소 수용자 등은 기존 접촉사회에서는 가끔 면회라도 가능했지만 코로나 창궐로 도래한 접속사회에서는 이마저도 끊기고 접속 자체가 원천봉쇄 당하는 등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운 집단이다.
 
서울 동부 구치소 코로나 집단 감염·사망 사태가 이들 유령집단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바깥세상과의 접촉과 접속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이들은 종이에 “살려주세요.” 등의 글귀를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외부와 소통하려 몸부림쳤다. 소통은 인간의 존재와 가치를 드러내는 기본 수단이다. 하지만 한때 이들에 대해서 관리 책임 정부 부처인 법무부가 징벌과 처벌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이들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갖은 애를 썼다. 접속사회에서 접속마저 막으면 그들은 더는 인간이 아니라 정말로 확실한 유령이 되는 것이다. 
 
접속사회에서는 상품 구매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무인상점과 무인판매기가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접촉사회에서 생활해온 사람들은 자칫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 활력을 잃는 등 정신적·신체적 건강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접속사회에서는 주위와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접속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또 접속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자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로 다시 나뉠 수 있다. 접속사회에서 드리운 빛과 그림자의 정도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접촉사회든, 접속사회든 나 홀로 지내는 것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기본 명제를 거스르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는 접촉사회에서 접속사회로 부드럽게 연착륙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접속사회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동부구치소 사태에서 본 것처럼 관료의 무관심한 행태야말로 접속사회의 최대 적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 (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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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