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아직까지 재택 근무는 해본 적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가도 재택 근무를 할지 의문이다.”(중소기업 재직자 A씨)
코로나19의 일상화로 대기업들은 재택 근무를 활성화 하는 등 근본적인 근무 시스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얘기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제반 조건도 마련되지 않은 곳이 많아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1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총 직원 수 40명 규모의 제조업체에 다니는 A씨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 한창 확산할 때도 꾸준히 회사로 출퇴근을 해왔다. A씨는 “(재택 근무가)강제 사항이 아니고 권고 사항이다 보니 회사에서도 별 말이 없더라”면서 “공정 라인 직원은 물론이고 사무직까지 전원 회사로 출퇴근 중이다”라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중소 반도체 부품 업체에 재직 중인 B씨는 “직원 전원이 필수 인력이라 모든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면서 “재택 근무를 한다고 해도 컴퓨터야 쓰던 걸 갖고 가면 되겠지만 출퇴근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재택 근무를 며칠 해봤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막혀 정상 출근을 하는 곳도 있다.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C씨는 “솔직히 IT 기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재택 근무도 하기가 쉽지 않더라”면서 “인터넷을 통한 업무가 가능해야 재택 근무도 효율적일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서 비대면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한 조사에서 중소기업 3곳 중 2곳은 여전히 재택·이동근무 등 이른바 스마트 워크(Smart Work)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삼성과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재택 근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스템과 기술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로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D씨는 “처음엔 재택 근무가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고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며 “무엇보다 1시간 넘게 걸렸던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단 중소기업계에선 원격·재택 근무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중기중앙회 조사에선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경우 이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이 약 5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중소기업계의 원격·재택 근무 도입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들이 화상 회의, 재택 근무 등의 비대면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업체당 최대 400만원 규모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금·컨설팅 지원 등 중소기업의 원격·재택 근무 구축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사거리에 시민들이 두터운 옷을 입고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