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난해 9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법안 발의로 세상에 공개됐지만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장 의원의 법안과 곧 발의될 예정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이 병합 심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년 동안 국회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여당의 참여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상민 의원은 평등·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면 2013년 2월 김한길·최원식 전 의원의 법안 발의 이후 약 8년만이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인 평등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의원은 인권위 시안을 토대로 차별금지법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금지법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장혜영 의원의 법안 보다 더 높였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며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종교나 전도에 법안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해 '종교기관 예외 조항'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다"며 논란에 대한 반발 여론까지 고려해 법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종교기관) 예외 규정이 아니고 당연 규정인데 예외를 줬다고 하면서 특혜 줬다고 하는데 그것은 오해가 있다"며 "오해가 있든 어떻든 그에 대한 반발이 있으니 거기까지 고려해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의원 10명 동의)은 충족했지만 최대한 많은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당내 의원들과 법안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전 의원이 2013년 당시 51명의 동의를 얻어 법안 발의를 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의원들의 동의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이상민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면 장혜영 의원의 법안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장 의원의 법안은 지난해 6월 발의 뒤 3개월 만에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의 소위도 열리지 않았다. 장혜영 의원은 "제가 발의한 법안을 2월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 상황"이라며 "우리 당은 2월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생각이어서 한번 부딪혀보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다가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제시했다. 김종철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두가 존엄한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중점 공약이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에는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의당은 여당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면 국회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 소위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국회가 정말 기본적인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문제가 있는 법이라고 하더라도 토론을 통해 옥석을 가리면 되는데 토론 자체를 회피해 왔다. 이번에는 토론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겠나 그 부분은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