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속도내나)최대 과제 '동성애포비아'에 막혀

보수기독교계의 격렬한 반대, 2007년 이후 7번 발의돼 모두 폐기되거나 철회

입력 : 2021-01-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시작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후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동성혼 합법화'를 우려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이 좌초돼 왔다. 21대 국회를 범진보진영이 190석 가까이 차지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도입 가능성의 기대가 높지만 막상 174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채택'에 주저해 상황은 여전히 미지수다.
 
차별금지법(혹은 평등법)의 도입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 명시된 평등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기본법이 없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현행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영역이 아닌 장애인과 여성, 고령자 등 일부 영역에만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이에 2006년 7월 국가인권위가 노무현정부에 입법을 권고했고, 2007년 12월 법무부가 정부입법 형태로 첫 차별금지법을 내놨다. 국회에서는 2008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2011년 통합민주당 박은수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를 했지만 회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특히 2013년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보수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자진 철회되면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당시 해당법안에 관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너희들은 동성애에 찬성하느냐', '목숨 걸고 낙선운동을 할 것' 등등 온갖 욕설이 의원실에 쏟아졌다"면서 힘들었던 상황을 토로했다. 이후 정치권에선 차별금지법 논의는 일종의 금기가 됐고, 20대 국회에서는 입법 자체가 안됐다.
 
보수기독교계는 서양의 동성혼 합법화 과정을 예로 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생활동반자법과 시민결합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동성결혼 합법화로 가는 길이 열린다'며 차별금지법 논의 자체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동성애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 및 그와 관련된 표현과 종교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변화는 21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29일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바로 다음 날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발표했다. 2006년 권고안을 낸 후 14년만이다.
 
장 의원의 법안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는 내용을 담았고, 차별금지 유형으로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3개 항목을 명시했다. 차별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권위 시안은 법 적용을 받는 분야를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 등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성별, 종교, 나이, 성별 정체성 등 21개를 차별 사유로 뒀다. 위반할 경우 손해액의 최고 5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포함됐다.
 
민주당에서는 이상민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차별금지법 발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이 의원의 안은 '종교기관'을 예외로 하고, 미래통합당은 '성적 지향' 제외로 가닥을 잡으면서 차별금지가 아닌 차별조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기독교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종교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공공연히 허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4조4항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 의원의 법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법안을 보면 종교 안에서는 '차별을 해도 된다'고 인식할 수 있다"면서 "특정 종교 광신도의 방화로 전소한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 방화사건 같은 일들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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