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파문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4월 보궐선거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야당 주자들은 민주진보 진영을 둘러싼 '성 추문' 논란을 이번 선거의 핵심으로 재점화하고 있다.
26일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 우리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큰 충격과 심려를 끼치게 된 것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며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있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했던 정의당에서도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의당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에게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통과 좌절감을 안겨드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밑바닥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며 "피해자는 우리당 장혜영 의원이다. 장 의원의 용기와 공동체 실현을 바탕으로 철저한 쇄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진보정치 2세대 기대주로 평가 받던 김 전 대표의 몰락은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권 정치인의 '권력형 성폭력' 문제로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보궐선거로 치러지는 것에 더해진만큼 야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야권 유력 주자들은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종철 정의당 대표 사퇴 소식, 큰 충격이다.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며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함의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셀프 조사와 처벌로 마무리되면 잊을 법하면 재발하는 권력형 성범죄를 절대 근절할 수가 없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조직에 객관적 시각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서울시 권력형 성범죄 전담기구를 반드시 발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비위 문제에서 파생된 만큼 김 전 대표 사건을 엮어 이번 선거를 직접 겨냥하는 것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권력형 성범죄의 온상은 민주당이다. 안희정 전 지사, 박원순 전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파렴치한 성폭력을 저질렀고 그 귀책사유로 국민 세금 838억원을 들여 이번 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우선 분위기 수습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 사건 관련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을 내린 것에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가족, 실망을 안겨드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통렬히 반성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희롱 발생 시 조직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 깊이 성찰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쇄신할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시효 폐지 등 지난 8월 개정된 당헌·당규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자인 나경원(왼쪽부터)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