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국방전략도 '대중 전략' 변화 뚜렷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미국 유리하고 중국도 수용가능한 '괜찮은 평화' 추구"

입력 : 2026-02-03 오전 6:00:00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인정하듯이, 인도·태평양 지역은 머지않아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혹은 그 어느 나라든 이 광범위하고 중요한 지역을 장악하게 된다면,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접근하는 것을 사실상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국가안보전략(NSS)은 국방부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리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압박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에 유리하면서도 중국도 수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괜찮은 평화'(decent peace)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 달 23일 발표한 '국방안보전략' 표지.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미 국방부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NDS)은 대중 정책으로 '괜찮은 평화'(decent peace)를 말했다. 
 
지난해 12월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중국에 대해 군사 분야에서는 제1도련선(일본 열도와 오키나와에서 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 방어를 적극 강조하면서 경계심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이 성장 궤도를 유지하고, 베이징과의 진정한 상호 이익적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 2025년 현재 30조달러 규모의 경제가 2030년대에는 40조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미국의 경제 성장에 '전제 조건'이라는 인식이다.
 
'트럼프 1기'에 발표한 '2017년 NSS'는 중국이 "미국의 권력, 영향력, 이해관계에 도전하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약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며 '수정주의 세력'(evisionist power)이라고 규정했다. 기조 변화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NSS의 국방 분야 하위 문서인 NDS에도 그대로 반영됐고, 당연히 '트럼프 1기'의 '2018 NDS'와도 크게 다르다. 당시 NDS는 전쟁이 아닌 주요 도전국과의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 특히 특히 중국과의 장기 경쟁을 앞세웠다.
 
"미 국방부, 전략적 안정 지원·긴장 고조 방지 중점"
 
'2026 NDS'는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더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소통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전략적 안정 지원과 더불어 광범위한 갈등 완화 및 긴장 고조 방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도 했다. '전략적 안정'을 위해 중국군과 소통하겠다는 '지침'을 밝힌 것이다. 이어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번영하며, 각자의 이익이 존중받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진정한 평화를 열망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미 국방부는 이러한 소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전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 NDS'는 중국을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국가이며, 19세기 이후 우리와 비교했을 때 미국에 견줄 만큼 강력한 국가"(China is already the second most powerful country in the world—behind only the United States—and the most powerful state relative to us since the 19th century)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미국에 도전했던 독일, 일본, 소련에 비해 중국이 훨씬 강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4월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인 관세전쟁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막혀 '트럼프의 패배'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렸다. 이것이 대중국 정책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4월 중국 방문을 확정한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올해 8월 또는 9월에 미국 답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했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와 시진핑이 "상호 방문을 포함해 총 네 차례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간 최대 민감 사안인 양안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최근 미·중 관계는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양국 정상은 네 차례 통화했고 정상회담도 열었으며, 미·중 관계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일련의 흐름이 앞으로 미·중 관계가 '화창한 봄날'처럼 진행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NDS는 "우리는 전쟁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지침인 '힘을 통한 평화'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제1열도선(FIC)을 따라 강력한 거부적 저지망을 구축하고 배치하며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NDS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속도·규모·질을 '역사적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정상회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 관계, 바이든 때보다 호전한국에 '기회'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지난달 29일에 낸 '2026 美 국방전략(NDS) 분석과 전략적 함의' 보고서에서 "NDS는 과거 정부가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같이 '거창한' 선언에 미국의 전력을 투사한 것이 위기를 불러왔으며,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로 구현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면서 "유연한 현실주의가 인도·태평양에서 구체화되는 방식이 바로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라고 진단했다. '억제(deterrence)'는 도발에 따르는 비용을 높여 상대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전략이다. 
 
전략연은 종합적으로 이를 "단순한 대중국 강경책을 뜻하기보다, 전구 운용을 거부 전략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미"라며 "외교적 문을 열어두되, 전장에서 적국의 도전 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억제 전략을 설계한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미·중 관계가 트럼프 1기나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호전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가 미·중 관계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는 한국에는 분명 기회 요인이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조건 하나가 충족된 셈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동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