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올해를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한 가운데 중국 거대 IT기업인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국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한한령이 곧 해제될 수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중국 쪽 자본의 한국 게임업계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시장 주도권 자체를 뺏겨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는 모습이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중국 거대 IT기업인 텐센트 등의 국내 게임업계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인 중국에 다른 나라 게임사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콘텐츠 시장 개방은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게임업계 전반에서도 일단은 양국 간 관계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올해를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하면서 우리나라 게임업계로 투자가 확대될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가 위축된 가운데 중국 시장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 유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도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고, 게임은 글로벌 시장이라서 국내만 보고 있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한령이나 판호 여부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국내 게임사들이 경쟁력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 “중국 (게임) 시장이 글로벌에서 큰 시장이라서 시장이 풀리면 우리 입장에서도 많이 유입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평했다.
국내 게임사가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중 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게임업계로 자본이 몰리는 현상이 중소 게임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가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가운데 한한령 해제로 국내 게임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면, 중소 게임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다만 방송 분야와 달리 게임은 지분 제한이 없어 게임 산업에 속하는 중소업체들이 중국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과 중국의 자본 유입 이후 인력·기술·브랜드를 빼가는 3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부분은 고민거리다. 이런 우려는 중소 게임업체뿐 아니라 국내 빅 3 게임회사인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등도 안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유입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관심을 끄는 게임 분야 내 먹거리가 줄어들고 종속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시장 진출·확장이 목표인 국내 게임업계들은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중국과 함께 하는 사업에 따른 제재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아닌 브랜드 가로채기로 이어지는 부정적 흐름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중국 자본 유입이 국내 기업 하청화로 바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중화권 시장이 풀리는 상황에 대해 긴장하고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치에 대해 그 자본의 국적을 따지지 않고 바라는 쪽이다”면서도 “게임사에 대한 (중국)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기술만 빼가는 일명 ‘먹튀’가 가능하고, 규모의 경제로 중소업체를 고사시키는 부작용도 있다”라고 했다.
중국과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경기를 펼치는 대한민국.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