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①-하)김흥종 원장 “미국 아·태 새이니셔티브 제안 전망, 데이터 지역화 이슈 대비해야"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기획시리즈 ①탄>
바이든 신 정부, CPTPP 참여 쉽지 않을 전망
공급망 재편 앞서 제도개선, 가입비용 줄여야
국내 기업, 중국발 리스크 점검해야…CRO 필요
신북방 '파키스탄' 주목…중앙아 항구 연결

입력 : 2021-01-25 오전 6:01:00
새해 2021년 신축년을 맞아 <뉴스토마토>가 코로나 위기의 온전한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해 국책연구원장들의 통찰력 있는 진단과 고견을 들어보는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기획시리즈(①~③탄)를 마련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지속가능발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한국경제의 해법을 고민해본다. ‘국책연구원장에게 듣는다’ 기획시리즈 ①탄 순서로는 세계경제 전망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통상 이니셔티브에 대한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의 진단과 제언을 들어봤다.
 
[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그냥 참여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간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정(USMCA)을 기본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선제적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 가입비용을 줄여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올해 초 세종국책연구단지 KIEP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시대를 맞아 아·태 지역의 새로운 통상 이니셔티브 대응을 이 같이 제언했다.
 
김흥종 KIEP 원장은 “조 바이든의 미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통상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라며 “USMCA를 기본으로 지역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이다. ‘데이터 지역화’ 등 관련 이슈에 대비해 선제 제도개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흥종 원장은 또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발 리스크에 대비해 기업들이 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CRO)를 운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KIEP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 바이든의 미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통상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바이든 정부의 통상정책과 우리의 대응 방향은.
달라지는 건 기본적으로 ‘친환경·동맹·다자’ 3가지다. 먼저 친환경과 관련해선 바이든 입장이 우리나라의 그린뉴딜과 맥이 같고 국제협력을 하면 좋기 때문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진도를) 빨리 나가면 우리도 국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 경우 빨리 내부에서 준비하고 산업구조 조정, 인센티브 시스템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바이든은 다자주의를 중시하기에 트럼프와 달리 다자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줄고, 중견국가들에 있어 다자가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을 것이다. 동맹 중시는 한·미 동맹이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좋을 것이다. 불확실성도 줄어 긍정적이다. 다만 한·미·일 동맹 강화 측면에서만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에게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말기에 봤던 현상인데 우리가 오바마 말기때 효과적으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클린턴 정부 말기와 같이 우리 입장을 진솔하게 신속하게 전달해야한다. 바이든 정부가 한·일 관계를 한·미·일 관계의 한 종속변수로 보지 않도록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대한 카운트다운 전망은.
CPTPP에 미국이 그냥 참여할걸로 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CPTPP는 바이든 정부가 부통령일때 12개국과 합의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후퇴한 것이다. 일본이 부담스러운 조항을 빼서 유보시킨 것이다. 노동·환경·디지털 이슈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기에 이런 부분을 강화시키지 않은 과거 TPP로 돌아가자고 하긴 그렇다. 또 트럼프가 TPP는 나쁜 협정이라고 하면서 나왔는데 바이든이 갑자기 괜찮으니 들어가자고 할때 얼마나 국민들 설득을 해야할 것인가도 문제다.
 
결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 같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합의했던 USMCA를 기본으로 새 이슈를 넣어 다른나라들에 던지려고 하지 않을까.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싱가폴 등 국내 경제 구조상 높은 수준의 지역 메가 FTA를 하더라도 부담 없는 나라들이 있다. (이 곳들이) 미국이 새로운 환태평양 지역의 지역무역협정을 할때 호응을 해 탄력 받아 진행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 제도개선을 하면서 계속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CPTPP에 승선하고 미국이 하는걸 기다리는 방식도 있다. 이 두 방식 중 뭐가 유리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원칙이 자유무역체제 지지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연대와 협력에 대한 이니셔티브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현재 작동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주도하건 지역 FTA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원칙에 맞다.
 
참여·대응 방식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까.
노동이나 환경 관련 이슈에서 한미 FTA 조항에 없었던걸 미국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개선을 해서 가입비용을 미리 줄이는게 필요하다. ‘데이터 지역화(기업이 자료를 수집할 때 국가 내에서만 데이터를 저장·처리해야 한다는 개념)’를 금지하자는 것이 거대 테크 플랫폼 기업을 가진 미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데이터 지역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우리가 할 수있는 건 기본적으로 FTA 국외이전 데이터는 허용하되, 개인보호·프라이버시 보호 협의를 구축할 수 있는 나라 한해 이전을 허용해야 한다. 데이터 국외 이전 문제에 대해 국내 입법화를 서둘러야 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중 갈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대중국 견제에 따른 리스크 어떻게 전망하나.
먼저 위험 관리가 미·중 통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 중 중국과 관계된 곳들은 다 벨류체인을 점검해봐야 한다. 전세계와 가치사슬이 연결된 기업들은 리스크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중국기업이나 중국 금융기관과 얼마나 연결돼있나에 따라 (미·중 갈등으로 인해)끊어야 할 상황이면 우리가 어떻게 피해입을지를 미리 분석해야한다. 이를 위해 CEO(최고 경영 책임자) 외에 CRO(리스크관리 최고책임자) 있어야 한다. 물론 미국이 요구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미리 리스크를 분석해서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
 
미중 정세 변화에 따라 한국은 어떤 대응 전략을 펴야 할까.
화웨이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압박은 계속 될 것이다. 우리 같은 제3국에 얼마나 요구하느냐가 문제인데. 영국의 예를 보면 처음에 화웨이를 그냥 쓰겠다고 하다가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른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 이런 부분을 쉽사리 완화시키진 않을 것 같다. 시간을 충분히 끌면서 그런 방식에 동조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타격 받지 않기 위해서 대안을 미리 마련 해두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독자개발을 해야 한다. 물론 전면적인 탈중국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인접국가로 생산라인을 분산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이 중요하다. 다만 풍부한 노동력과 생산성 등 중국이 갖고 있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다. 결국 중국에 인접국을 포함시키는 차이나+1, 차이나+2로 갈수밖에 없다.
 
신남방과 달리 신북방 정책은 주춤한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신북방 정책의 주안점은.
신남방은 우리의 해양 정책으로 봐야하고, 신북방은 유라시아 정책으로 봐야한다. 극동아시아 몽골, 동북3성이 북방 영역이고 확장하면 중앙아시아, 러시아, 동유럽까지 잇는 국가들과 관계증진이 신북방 대상이다. 특히 파키스탄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신남방에 들어가 있지 않은 ‘파키스탄’을 신북방 정책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많은 내륙 국가들은 (교역시) 파키스탄 항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의 협력이 중요하다. 파키스탄과의 교류 협의체에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6일 세종국책연구단지 KIEP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 바이든의 미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통상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프로필>
김흥종 KIEP 원장은 2001년 대외연에 입사한 후 19년간 국제 통상 전략과 글로벌 경제 문제를 다뤄온 대외경제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김흥종 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KEIP 원장에 자리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경제학 학사) △서울대 경제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서울대 경제학 박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EU학회 회장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외교통상부 한-EU FTA 전문가 자문위원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미국 UC버클리 풀브라이트 방문학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겸 부원장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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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