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3% 상승한 5조원을 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 D램 수요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낸드 사업의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29일 지난해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은 18.2%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4.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6%로 집계됐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연간 영업이익을 4조9512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5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작년 4분기엔 매출 7조9662억원, 영업이익 965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5%, 298.3% 상승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2%, 25.7%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7%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8%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8% 떨어졌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D램 10나노급 3세대(1Z나노)와 낸드 128단 등 주력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한 것이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뉴시스
이날 실적 발표후 진해된 컨퍼런스콜에서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지난해는 글로벌 팬더믹,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당초 기대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D램은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 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서버형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던 5G(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하량도 상승해 모바일 수요 강세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수요는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며 "올해 5G 모바일 제품 출하량은 5억대로 전년보다 두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 공급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1z나노미터(3세대)와 1y나노미터(2세대) D램은 생산비중이 40%에 근접하고 있다"며 "올해는 75% 이상을 확보하고 1a나노(4세대) D램을 연내 도입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고용량 제품 채용 증가, SSD 수요 강세와 함께, 현재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이 상반기 중 해소되면서 하반기부터 시황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개발을 완료한 176단 4D 낸드는 연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후발주자이기도 하고 3D낸드 전환시점이 늦어 경쟁사 대비 어려움에 처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128단 기술경쟁력, 양산전개속도는 경쟁사보다 앞섰고 향후 기술경쟁력 유지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가경쟁력에 집중할 시기"라며 "낸드 사업이 연내 턴어라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설비 투자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설비투자는 2019년도 대비 감소해 10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겠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메모리 산업에서의 경쟁력 유지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주당 배당금을 1170원으로 결정했다. 시가배당율은 보통주 0.1%이며 배당금 총액은 8002억8210만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13일이며 배당지급 예정일은 주주총회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할 예정이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