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일상의 연대가 국가복지 공백 메워"

대표 복지 '보듬누리' 전국적 호평…사업 정착으로 자살예방 효과도

입력 : 2021-01-29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경제 여건이 자살의 주 원인이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닐 거라고 봐요. 사회가 너무 복잡다단해지고 '초스피드'로 발전하면서 인간미가 없어지는거죠. 거기서 비롯되는 소외 계층의 자살률에 역점을 뒀습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소외 계층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면 국가 복지 정책의 틈을 메우는 일상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대문구가 지난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보듬누리' 사업은 소외 계층을 돌보는 지역 자체 대표 공동체 정책이다. 구청 전 직원이 소외계층과 1:1로 결연을 맺고 생활을 보살피는 한편, 14개 동 주민센터들은 각각 주민이 참여하는 희망복지위원회를 꾸렸다. 희망복지위들은 특화 사업 32개, 일반 사업 23개, 공통 사업 4개를 운영했으며 이제까지 총 14만4549가구에 29억5407만원을 지원해왔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보듬누리가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청량리동 희망복지위원 박모씨는 지하방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80대 노인 박모씨가 치아가 없어 식사가 힘들다는 사실을 희망복지위에 알렸다. 이에 희망복지위는 위원 후원 기금으로 섭식장애가구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매월 20가구에 죽을 제공하는 중이다.
 
또 같은 해 7월에는 제기동 주민센터 소속 신모 주무관이 1:1 결연 대상 노인의 가스레인지를 교체했다. 수십년 사용한 기존 가스레인지가 작동되지 않아 위험하게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소외 계층의 소소한 일상까지 챙기면서 동대문구의 자살 예방 정책은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보건복지부가 서울 1위, 국회는 전국 5위로 평가내린 바 있다. 유 구청장은 "꼭 자살 예방을 염두에 둔 큰 정책이나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보듬는 활동이 구민 생활에 스며든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설렁탕집·목욕탕·미용실·병원 운영하는 사람은 가게 활용해 소외 계층을 대접하고 돈 가진 사람은 돈 내고, 시간 있으면 청소해주고 밑반찬 제공하면서 위로·격려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4선 임기 수행 중인 유 구청장은 "올해는 코로나에 관심이 몰리면서 여론의 사각지대에 몰린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을 특별히 더 챙기겠다"며 "노인의 즐겁게 살 권리를 보장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7기 마감을 앞둔 기초단체장의 또다른 관심사는 환경이었다. 인터뷰 도중 유 구청장은 집무실 창 밖을 가리키더니 "나무 한 그루 안 보이고 콘크리트 장벽 뿐인데도 집만 더 지으라고 난리"라고 한탄했다. 이어 "중앙정부에서는 재경부(기획재정부의 옛 명칭)가 아니라 환경부가 가장 세야 한다"며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전적인 제재 정책이 훨씬 더 강력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구청장은 "식당 가면 코로나 예방한다고 일회용 물컵을 사용하니 다들 한잔 마시고 버리는 판"이라며 "식당의 일회용 제품 사용과 음식물쓰레기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커피숍 역시 고객이 텀블러 가져오면 커피값을 할인하고 반대로 일회용컵은 비싸게 팔도록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이 파괴되는 한 코로나를 극복해도 병이 또 나타날 것"이라면서 "수도권매립지 1곳이 아니라 다섯 개 열 개 있다한들 폐기물 발생을 줄이지 않으면 이 많은 쓰레기를 무슨 방법으로 (감당하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환경미화원의 건강을 해치는 100리터 종량제 봉투를 퇴출하고, 전국 최초로 폐기물 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도시 청결 유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동대문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동대문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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