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21 대한민국 검찰 단상

입력 : 2021-02-02 오전 6:00:00
요즘 서초동 법조계에는 소위 '이성윤 중앙지검장' 왕따설이 파다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흘러나온 이러한 얘기는, 실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보고를 안 받는다든가, 식사할 때 좀 곤란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몇 가지 구체적이지만 좀 민망한 사례들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기소와 관련하여 제대로 수사도 하기 전에 무조건 기소를 요구해서 곤란했다는 식의 일화까지 함께 전달되는 모양새다. 
 
더욱이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조직적 왕따설은 이 지검장뿐 아니라 그를 포함한 빅4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에 기반하여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빅4란, 이 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및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을 의미하는데, 이들 외에 좀 급이 낮은 인사로 박은정 법무부 감찰 담당관까지 포함시키면서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여기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1월24일 갑작스럽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직무집행 정지명령을 발동하였다가 곧바로 행정법원의 강력 브레이크 때문에 체면을 심히 구기게 되었고 시끄러운 추·윤 갈등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게 되면서, 소위 '추 라인'들이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크게 대두되게 되었고, 서초동의 윤 라인들의 어깨에 과하게 힘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명분으로 신임 법무부 장관을 압박하는 움직임도 상당하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강력한 펀치를 맞고 잠깐 숨죽여 있었지만, 결국 법원이 총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화려한 복귀 무대가 마련됐다. 장관교체를 즈음하여 무언가 실력 행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윤 총장이 박 장관을 지렛대 삼아 강력하고 집요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는 해석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2021년 2월1일 오늘, 각종 포털과 신문, 방송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면서 이성윤 중앙지검장 교체를 요구했는가'에 모든 관심이 쏠린 듯한 분위기였다. 
 
참으로, 낯부끄러운 검찰 단상이 아닐 수가 없다.
 
2016년 12월 당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박영수 특검에 합류하였을 때, 그는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을 하면 깡패지 검사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2013년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 상관의 강력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항명 파동으로, 대전과 대구고검을 전전하며 상당히 곤란한 시기를 겪고 있던 윤석열 검사가 과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검에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의 한 마디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박영수 특검이 2017년 초 수사 기한 연장 없이 특검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때까지도 윤 총장의 약속은 지켜지는 듯했었고, 그에게 국민들이 보냈던 박수갈채가 얼마나 크고 화려했었는지 기억이 선하다. 
 
하지만, 2019년 여름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그가 국민에게 들려준 소식들이라고는, 전직 법무부 장관들과의 갈등설, 전 민정수석 일가에 대한 과잉 수사 논란, 처가와 부인에 대한 검찰 수사에 그가 진정 개입을 했었는지 아닌지 여부, 끊임없이 불거지는 정치적 편향성 내지는 중립의무 위반의 문제, 측근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과 그들에 대한 비호 여부 등으로 너무나도 실망스럽고 구질구질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임기가 몇 달 안 남은 시점에, 김학의 전 차관 출국 금지 관련 수사와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재수사가 역시 구질구질하게 남아 있다. 
 
2016년, 그가 대전에서 근무하면서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집으로 올라와 후배와 동료 검사들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일 때 그가 즐겨 하던 말이 있다고 한다. "끝까지 견딘다. 아무리 그래도 개업 안 해. 지방에 있어도 좋아. 기회는 다시 올 거야."  그가 말한, '기회'가 어떤 기회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또한, 끝까지 옷을 벗지 않고 견디면서 그가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지금 그의 모습이, 과연 지금 그가 만들어낸 검찰 단상이 정말 그가 그토록 원했던 바로 그 기회였을까? 아니,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모습은 아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참으로 낯부끄러운 검찰 단상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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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