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탄핵소추, "법관 위헌 판단 이정표"vs"실익 없는 본보기"

법조계 의견 팽팽 "헌재가 선례 남길 것"vs"1심 무죄 피고인 탄핵은 이유 없어"

입력 : 2021-02-02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법농단 의혹' 법관 중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만 1일 탄핵소추안에 이름이 올랐다. 재판 개입이 위헌적이라는 법원 판단이 근거지만, 명분과 실익을 두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이탄희·정의당 류호정·열린민주당 강민정·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말했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임 판사를 '전관 변호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4일 표결이 예상되는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재적의원 1/3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미 의원 161명이 탄핵안 발의에 동참했다. 1일 기준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이들이 밝힌 임 부장판사 탄핵 근거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재판 개입이다. 그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받는다. 가토 전 국장은 2014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관련 기사를 내, 그해 10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때부터 그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에게 사건을 보고했다. 1심에 따르면, 그는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히라는 임 전 차장 요구를 담당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 3월 공판기일에서 기사가 허위임이 증명됐다며 변호인에게 '공공의 이익과 비방 목적 유무'에 대해 변론을 집중하라며 소송지휘권을 행사했다.
 
이후 임 부장판사가 수정과 재수정을 거듭해 요구한 내용은 그해 12월 선고에 반영됐다. 대통령을 주제로 보도해 무죄지만 허위 내용이어셔 비난 가능성이 크고, 한국 외교부가 선처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그에게 재판에 관여할 직무 권한 자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징계사유 해당 여지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목한 탄핵 사유는 이 판결에서 수차례 지적된 '위헌적 행위'다. 재판부는 그가 재판 중간에 기사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중간판결적 판단을, 선고 기일에는 비난 가능성과 외교부의 선처 공문 언급을 요청한 점이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 판결문 양형 이유 수정도 위헌·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2016년 야구선수 임창용·오승환 도박죄 약식사건의 공판 절차 회부 취소 개입 역시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봤다.
 
법조계에선 헌재 판단이 향후 법관의 위헌행위에 대한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변 소속 박인동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탄핵 소추안 통과를 전제로 "헌재가 판결할 때 원칙을 설시할 것"이라며 "어떤 행위가 법관으로서 위헌이라고 하면 그것이 나중에 관련 사건에 대한 판례가 되어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이번 탄핵소추가 정치적 본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에서 무죄 나온 상황에서 위헌을 지적받은 정도로 탄핵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판사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심리도 수개월 걸리는데 임 판사는 이달 임기 만료여서 각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개입했다는 가토 지국장 사건의 경우 무죄가 나왔다"며 "유죄가 나왔어야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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