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용산공원 아파트 개발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초 주한미군 이전 논의가 시작된 노태우 정권 때부터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주장은 최근 부동산 광풍 해소를 위한 주택 공급 방안을 만나 재차 불붙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얼마 전 용산에 공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도 저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개발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인근 정비창 부지나 캠프킴부지는 물론, 아예 취임 이후 용산개발청을 따로 만들겠다는 얘기도 있다.
분명 주한미군이 떠나는 용산공원 부지는 매력적이다. 300만㎡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는 앞으로도 찾기 어렵다. 입지도 남산과 한강을 잇는 지점이니 좋은 입지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부동산 시장론자들이 군침 흘리기 딱 좋다. 심지어 임대주택 부지를 찾는 대안론자나 서울 내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하던 공공시설의 입지로도 얘기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한미군이 떠난 부지를 용산공원이 아닌 아파트 부지로 활용하는 논의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꼴이다. 그 이전이라면 모를까 2003년 한미 용산기지 이전 합의, 2005년 공원화 선언, 2008년 공원조성 특별법 이후 일련의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최초의 국가공원’은 사회적 합의라는 선을 이미 넘었다.
전문가, 시민단체들이 수십 수백차례 얘기했듯이 일제시대를 거쳐 미군기지로 활용되다 100년 넘은 세월만에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 땅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는 상관없이 역사성과 장소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특정인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거나 효용가치를 한정된 인원이 누리기엔 그 땅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이 이미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과 서울 아파트 공급의 시급성을 감안해도 실제 유일무이한 대안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용산공원의 국가공원 조성계획을 백지화 혹은 대대적인 수정을 감수하고라도 아파트를 공급해야 할 상황이면 서울대, 서울교대, 국회, 서초법조타운 등이나 기존 서울의 대형 공원, 간선도로, 지하철 1호선 지하화를 검토하는게 차라리 현실적이다.
설사 용산공원을 아파트로 채운다고 해도 이 부동산 광풍을 멈춰세운다는 보장도 없다. 당초 이 광풍은 단순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몇 번의 정책 실패와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정작 서울의 인구는 줄고, 빈 집은 늘고, 지방은 공동화되고 있다. 이 광풍이 10년 20년 갈 지 장당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은 용산공원 인근 개발을 걱정해야 할 때다. 부산시민공원이 그 선례다. 캠프 하야리야 이전부지에 조성된 부산시민공원은 인근 도시계획과의 연계에 실패하면서 당시 뉴타운 광풍 속에 공원 바로 인근에 초고층 아파트 계획이 수립됐다. 지금도 전문가들은 사유화 문제를 지적하며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용산공원이 시민 뜻대로 온전한 용산공원으로 조성된다고 해도 주변부에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들이 둘러싸인다면 역사성과 장소성, 최초의 국가공원 같은 가치는 반감되고 유명 아파트 앞마당으로 전락할 뿐이다. 지금도 정부와 민간 건설사들은 아무 제재 없이 인근 부지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용산공원을 온전하게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려면 주변지역 관리방안에 보다 디테일하게 신경써야 한다.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된 오염정화는 어떻게 할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도 문제다. 이전 이후 무엇을 남기고 어떤 상상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아파트 외에도 용산공원으로 얘기할 주제는 넘친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