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차명 위장계열사와 친족 소유의 계열사 은폐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 금지 규제를 피해온 정몽진 KCC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KCC는 지정자료 제출 때 10개 계열사와 친족 23명 등의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고, 일부 계열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진 KCC 회장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위반 내용을 보면, 정몽진 회장은 2016년과 2017년 KCC의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10개 계열사와 친족 23명을 누락했다.
우선 동일인의 차명 누락 회사는 1곳이다. 설립 당시 정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차명 주주 명의로 운영한 실바톤어쿠스틱스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7조의2는 주식 명의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유 관계’를 기준으로 지정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2017년 12월 국세청 세무조사로 차명 보유 사실이 들통나면서 2018년경 지정자료를 제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진 KCC 회장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적발해 지난달 15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정 회장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뿐만 아니다. 동주·동주상사·동주피앤지·상상·티앤케이정보·대호포장·세우실업·주령금속·퍼시픽콘트롤즈 등 친족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9개 회사도 고의 누락했다.
정 회장의 동생 등 가족은 미편입계열사를 KCC의 납품업체로 추천하고, 정 회장은 관련 거래를 KCC 대표이사로 2016년경 승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00년부터 KCC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2년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을 증여받는 등 경영권을 승계받았다.
특히 동주 등 7개사는 KCC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상당했다. KCC의 구매부서 직원들은 이들 회사를 특수관계 협력업체 현황으로 별도 관리를 맡아왔다. 또 정 회장에게 지정자료를 보고해온 고위급 임원도 승계 전부터 해당 회사들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정 회장의 외삼촌, 처남 등 23명의 친족들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누락했다. 친족독립경영이 인정된 친족은 기재하면서 미편입계열사와 관련한 친족들만 지속적으로 누락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의 행위가 고발기준인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이 실바톤어쿠스틱스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누락한 친족과 그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인식가능성이 현저하다고 봤다.
이 밖에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경제력집중 방지의 근간이 훼손된 정도를 볼때 행위의 중대성도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10개 계열회사 및 친족 23명 등 중요 정보를 다수 누락했다”며 “누락한 일부 계열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누락기간 동안 미편입계열사들은 사익편취 금지 등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며 “KCC는 계열사 누락으로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