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별로 없죠. 평소 설보다 매출이 절반보다 더 떨어졌어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식재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8)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재료를 다듬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등 그나마 여타 상점들보다 일거리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는 침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김씨는 "젋은 사람이 재래시장에 오려고 하질 않으니"라며 "저 자신만 해도 집에 가면 배달시켜먹는다"고 말했다.
다른 식재료 내지 식품 가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명절 때 흥할 떡 상점, 반찬 가게 등도 고객들이 찾기는 했지만 매출이 예년 설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건어물 가게의 김철중(67)씨는 "문화 변화와 코로나가 겹쳐 제사용 제품이 나가지 않는다"며 "시장과 이 가게 존폐를 걱정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명절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업소들의 경우 사정이 더 나빴다. 인삼 가공 제품, ·김·주스를 파는 유모씨(55)는 "고객 80%가 외국인이라 1년 동안 매출 감소율은 거의 100%에 이르렀고 거의 놀다시피 했다"면서 "인삼차라도 사가야 도움되지만 어쩌다가 손님이 와도 주스 하나 사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해당 가게 간판에는 각종 일본어가 써있었지만 고객은 전혀 오지 않고 있었다.
유씨는 또 "원래 명절에 열었지만 매상이 계속 이런 상태면 이번 연휴에는 하루 이틀은 쉴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쉰다고 해서 운영에 지장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류 수입점을 운영하는 황모씨(51) 역시 거리를 가리키면서 "원래 설에는 유동인구로 거리 풍경이 새까매야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 매출이 5분의1로 줄었다"며 "그나마 시장을 찾아온 사람들도 코로나 때문에 답답해서 나왔을 뿐 구매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 및 정치권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여태까지의 부족하게 느껴지는 지원 선례들과 국가 재정 상황을 잔뜩 의식하는 분위기였다. 황씨는 "융자 1000만원을 받기는 했으나, 이자가 싸더라도 갚아야 하는거라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4차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 역시 전혀 기대가 안된다"고 말했다.
유씨 역시 "임대료가 수백만원인데 100만·200만원을 2~3차례 준 것은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4차 지원금 같은 것도 나라 입장에서는 큰돈 쓰는거지만 받는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쪼개질 것"이라고 반응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모습. 예년 같으면 제수 준비로 붐벼야 할 시장이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