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일본군 '위안부' 합의 관련 외교부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10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개대상 정보' 이외의 정보를 삭제해 정보를 공개함이 가능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공적 인물의 행적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추측이 아닌 사실에 기반한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표현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부분의 공개만으로도 공개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변은 지난해 5월 외교부에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관련 윤 의원 면담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윤 의원은 2015년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였다.
외교부는 그해 6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한변은 해당 정보가 어떻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지에 대한 입증 없이, 관련 법 조항만 들어 공개를 거부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 간 협의도 아닌 외교부와 시민단체 대표 면담 내용이 비공개 대상이 될 수 없는 점, 한일 간 협의 내용 자체가 아닌 합의 내용을 윤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등을 청구해 외교 문제와 관련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 사유가 상대방이 알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한 점을 한변이 알았을 것이라며 절차적 위법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국가의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제외한 정보 제공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직 국회의원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한 정보는 통상인에 비해 보다 넓게 일반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개 대상 정보는 주로 공적 인물인 윤 의원 활동 내역에 관한 사항이자 피고 측과 시민단체 대표의 면담 일정 및 그 화제에 대한 내용"이라며 "외교 상대국과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포함하지 않아 정보공개법이 정한 '외교관계에 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거나, 일부 외교관계에 대한 사항을 포함하더라도 그 공개로 인한 공익, 즉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방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반면 이로 인해 손상될 외교관계에서의 국익은 뚜렷하지 않다"며 "피고는 합의와 관련한 대내적 소통·조율은 정부의 대응전략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로서 외교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소통된 내용 자체가 아닌 소통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까지를 외교사항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개 대상 정보 이외의 정보는 피고 측의 내밀한 외교전략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양 당사국의 협상 진행 내용으로서 일반적으로 비공개가 전제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를 공개할 경우 해당 합의의 상대국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적 신뢰가 하락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대외적 외교활동 추진에 큰 어려움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