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창한 기본소득 지급 의제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관련 논쟁이 격화될수록 이 지사의 주장에 공감한 우군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기본소득 논쟁이 오히려 공론화 과정으로 작용하면서 기본소득 지급 필요성에 대한 인식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4월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기본소득 지급 공약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모두 기본소득 지급을 화두로 내걸었다. 나 후보는 최저생계비가 보장되지 않은 20만 가구에 '서울형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도 만 19세 이상 무주택 성인에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서울형 무주택자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선 '표심 얻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줄곧 기본소득을 강조한 이 지사에 대해선 '포퓰리즘'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이 지사가 경기도민에 재난기본소득을 주기로 하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조율 안 된 성급한 정책은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기본소득 공약이 잇따르고 관심이 집중되는 건 기본소득이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빈곤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엔 '과잉복지'라는 지탄을 받은 기본소득이 이슈가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민모임 중엔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홍보 활동에 뛰어들었다. 기본소득국민운동본부는 경남·전북·광주·강원 등에서 지역본부를 꾸려 기본소득 여론전에 돌입했고, 내달 1일엔 서울본부도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기본소득 지급을 당론으로 정한 시대전환과 기본소득당이 이 지사와 기본소득 법제화에 발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당정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공식화함으로써 보편 지급론을 둘러싸고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자리 종말과 극단적 양극화, 저소비와 총수요 부족에 따른 구조적·지속적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 경제성장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오래 전부터 고민했다"면서 "기본소득은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인 동시에 소비를 진작하고 매출 양극화를 완화해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1월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