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아이들을 눈치보지 않고 사무실에 데려올 수 있는 분위기에 제일 만족해요. 다른 창업공간도 이렇게 애들을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 달 전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한 맞춤형 육아정보 제공 스타트업 그로잉맘의 이다랑(36) 대표는 방학을 맞이한 아들(8)을 사무실에 마음껏 데려온다. 아이를 집에 혼자 둔다거나 다른 돌봄시설에 맡길 걱정도, 남들처럼 ‘학원 셔틀’을 할 필요가 없다.
이 대표가 처음 창업한 2017년만 해도 기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기혼 여성은 무시까지는 아니어도 환대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하는 공간에 아이를 데려온다는 걸 반겨하지 않았고, 아이가 놀만한, 쉴만한 시설도 별로 없었다. 컴퓨터 타자 소리만 가득한 공간에 아이를 데려오자니 부모가 먼저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스페이스 살림에 와서 자녀 양육 걱정을 숨돌린 건 이 대표만이 아니다. 육아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답게 그로잉맘 직원 16명 가운데 70%가 기혼자로 자녀를 두고 있다. 돌이 갓 지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아동까지 스페이스 살림에선 애가 울어도, 장난을 쳐도 불만을 제기하거나 눈치를 줄 일이 없다.
스페이스 살림은 여성의 일과 삶이 함께 성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각 시설을 설계했다. 영유아 동반 공유사무실은 사무실 한 켠에 놀이매트를 갖춰 아이를 눈으로 보면서 업무를 볼 수 있으며, 몰입이 필요할 땐 집중업무공간도 손에 닿는 곳에 있다.
초등돌봄시설인 우리동네 키움센터도 건물에 자리해 따로 멀리가지 않아도 아이를 맡기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또 개방형으로 각 사무실을 연결해 이뤄진 건물 구조는 활발한 아동이 뛰어놀아도 되며, 경찰이 야간에도 배치돼 여성들도 안심하고 야근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여성이나 기혼자들을 배려해 만들어진 공간이다보니 아이를 데려와도, 밤 늦게까지 일해도 안정감을 느끼는 부분이 제일 크다”며 “여성이나 가족 관련 스타트업끼리 모여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스페이스 살림을 현장방문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주요 시설을 둘러본 후 상당한 만족도를 나타냈다. 서 권한대행은 “내가 애 키울 땐 이런 곳이 없었다. 여기 있는 스타트업들이 성공모델이 돼 다른 창업공간에도 확장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0월 준공해 현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임시 개관 중이지만, 벌써 97개 여성·가족 관련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평균 입주기업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어 연수동을 사무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 입주기업은 15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입주기업도 인공지능부터, 콘돔 개발, 경력보유 여성 채용 연계, IoT, 디자인, 집단소송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 스페이스 살림은 콘텐츠 제작공간, 교육공간, 홍보관, 판매공간 같은 여성창업 허브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창업지원공간도 갖추고 있다. 여성이 운영하거나 여성직원이 절반 이상이면 입주할 수 있다.
서 권한대행은 “여성 창업가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여성 스타트업들이 생태계에 정착할 때까지 공공이 더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숙제를 안고 간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을 방문해 이지앤모어의 월경 전문 편집샵 월경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