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언택트 교육'이 가속화 되면서 사이버 학교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범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련 부처의 관리 공백으로 '사각지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나 경찰은 사이버 학교 폭력을 학교 내에서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 학교 폭력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또 종전까지는 중앙정부 외 지자체 수준에서도 일부 안전장치가 작동했지만 최근 이마저 느슨해졌다.
21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사건 발생시 가해자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징계에 순응하지 않아 문제가 될 경우 서울시에서 재심 위원회를 열어 판단을 한 뒤 학폭위에서 결론을 냈다.
하지만 3월1일부터 '학교 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학교의 장의 학교폭력 자체 해결' 및 교육지청에 설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구성·운영 등이 개정돼 이 기능이 없어졌다.
사이버 학교 폭력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통한 괴롭힘도 학교폭력으로 본다'라고 정의돼 있다. 때문에 서울시의 사이버 학교 폭력에 대한 규정도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이버 학교 폭력의 경우 일반 학교 폭력과 마찬가지로 모두 학교에서 지도하고 있다"며 "지난해 3월 법제정으로 서울시의 재심 권한 없어지면서 학교의 권한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비롯한 사이버 학교폭력이 '학교 담장'을 넘나든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사이버 학교 폭력의 경우 피해 장소가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비중이 더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의 비중은 지난 2019년 25.1%, 2020년 35.7%로 증가했다. 게다가 사이버 학교폭력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언택트 교육 외에 범행 장소가 피해자와 가해자간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이버 학교폭력의 사각지대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 때문에 나온다.
이런 변화에 학교 교사들 역시 사이버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학교 밖, 특히 사이버 학교 폭력 또한 찾아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김모(27)씨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잡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사이버 상에서의 학교 폭력은 잡아내기 더욱 어렵다"며 "사이버 학교 폭력을 찾아내기 위해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에도 사생활 침해가 될 수 도 있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도 사이버 학교 폭력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이버 학교 폭력 피해 기준과 절차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이버 학교 폭력의 경우 형사사건으로 접수되면 경찰이 진행하지만, 학교에서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려 사실상 같이 처리하게 된다"며 "다만 처리 과정에서 경찰에서 몰랐던 부분과 학교에서 몰랐던 부분 등 많은 자료취합에 많은 혼돈이 생기면서 처리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이버폭력을 따로 분리해 진행하는 등 사이버 폭력 대응 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폭력 예방 프로그램으로만 학교 폭력, 사이버 학교 폭력 등을 해결할 수 없어 사이버 학교 폭력에 대해 더욱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 학교 폭력을 두고 서울시와 교육청 등 관련 부처의 관리 공백으로인해 '사각지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출처/사이버 1388 청소년 상담센터 갈무리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