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른바 '의사면허 취소법'을 놓고 대한의사협회가 또다시 '총파업'를 꺼내들며 접종·방역을 볼모로 삼자 여권은 "명백한 협박"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의료법 개정 시기를 놓고 비판을 내놓던 야권 일각에서도 의협의 파업론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의사단체의 그런 태도는 국민에 큰 실망을 드릴 것"이라며 "만약 불법적 집단행동을 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의료법 개정안은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 면허 정지 및 취소하는 것으로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라며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도 금고 이상이면 자격 박탈, 정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통과시킨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에는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있다.
그는 "다른 직종과 형평성과 공정성을 감안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랜기간 숙의하고 여야 합의를 거쳐 의료법 개정안에 합의했다"며 "그런데도 의협이 이를 거부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 앞에서 백신접종 협력 거부를 말하는 것은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의료법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의료법 개정안 자체가 의사 면허의 완전 정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해 민주당은 "의사 면허는 '강력 범죄 프리패스권'이 아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일정 기간 면허가 정지된다"며 "이번 법안이 의사 면허를 영구적으로 취소하는 것 또한 아니다. 재교부 금지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협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략실장은 "변호사 등 전문직과 비교해도 면허취소 규정이 과도하지 않은데도 코로나 백신 접종까지 거론하며 파업 운운하는 건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번에는 의사협회가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도 하필 이 시기에 의료계의 강력반발을 무릅쓰고 법 개정을 강행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지난 의사파업 보복이라는 오해를 살수도 있음을 감안해 좀 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파국을 피하는 지혜를 보이기 바란다. '깡패' 운운하는 김남국 의원의 막말도 보기에 좋지 않다"고 했다.
한편 여당은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 역시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분 역시 의료계에서 반대 입장을 표출하고 있는 부분이다. 관련해 김성주 복지위 여당 간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 "일부에서 무산됐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다만 야당이 신중 의견을 제시하면서 더 논의하자고 해 이번에 처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