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일부 고객들이 대부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막힌 차주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축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들. 사진/뉴시스
23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용대출금리를 공시한 21개 대부업체 가운데 3곳이 금리 20% 미만의 신규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애니원캐피탈대부는 전체 취급 신용대출 중 15~20% 미만 금리'가 적용된 대출 비중이 4%로 집계됐다. 15% 미만의 금리로 취급된 대출도 0.2%를 기록했다. 최저 대출 금리는 9.9%였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상위 고객에 적용되는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도 금리 15% 미만 대출 비중이 0.1%를 기록했다. 개별 차주에게 적용된 최저 대출 금리는 14.1%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노스프레스티지대부에서는 15~20% 미만 금리 대출 비중이 11%를 차지했다. 해당 대출 중 최저 금리가 적용된 경우는 17.9%였다.
통상 20%를 초과하는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체에서 최근 우량 신용자 취급이 늘어난 것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 심사를 강화한 탓이다. 저축은행은 올해 말까지 기관별 평균 DSR을 9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DSR은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나눈 비율이다. 저축은행이 강화된 DSR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선 원금 대비 상환 능력이 부족한 차주에게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반면 대부업계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은 높지만 DSR 규제에 걸린 차주들이 대부업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 최고금리 인하와 DSR 규제 강화에 따라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타이트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대출 한도가 부족한 신용등급 5~6등급의 우량 고객들이 대부업을 이용하면서 20% 미만 대출 취급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들 역시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를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20% 초과 대출 취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선 기존 대출까지 금리 인하가 소급해서 적용될 경우 받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시 수익 감소로 다수의 대부업체에서 신규대출 취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