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설을 앞두고 지방 저축은행에서 예금 금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뜸했던 대출 수요가 연휴 전후로 증가할 것을 감안해 수신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서울 소재 상위권 업체들은 대출 여력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오히려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소재 주요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반면 지방 저축은행은 금리를 상향하는 상반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지점. 사진/뉴시스
9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날 지방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연이어 인상했다. 대구 소재 대백저축은행은 8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9%에서 0.1%포인트 증가한 2%로 높였다. 만기가 2년 이상인 정기예금 상품도 0.1%포인트 올려 2.1%로 맞췄다. 같은 날 광주에 위치한 더블저축은행은 2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75%에서 2%로 상향했다.
대구 소재 참저축은행도 지난 1일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올렸다. 1년 만기 상품은 1.9%에서 2.1%로, 2년 만기 상품은 2%에서 2.2%로 각각 0.2%포인트씩 인상했다.
지방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높인 건 설 연휴 전후로 대출 수요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통상 저축은행은 대출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려 수신고를 확보한다. 특히 코로나19 타격으로 대출 수요가 적었던 지방 저축은행은 예수금 보유량이 많지 않았다.
이와 달리 수도권 소재 상위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9%에서 1.8%로 0.1%포인트 낮췄다. 2년 만기 상품도 0.1%포인트 내린 2% 수준으로 내렸다.
JT친애저축은행은 이달 5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린 1.8%로 하향했다. 비대면 상품도 2%에서 1.9%로 낮췄다. OK저축은행은 1일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8%에서 1.7% 수준으로 내렸다. SBI저축은행도 지난달 28일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1.9%에서 1.8%로 인하했다.
주요 상위 저축은행들은 수신고를 충분히 확보해 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하반기 저축은행은 대출 취급을 늘리기 위해 예금 금리를 높이고, 2~5%대 예·적금 특판 상품을 연이어 출시해 고객을 모집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저축은행 간 영업 경쟁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탓이 크다. 그동안 서울 소재 상위 업체와 달리 지방 저축은행은 대출 대비 예금 증가로 역마진이 커질 것을 우려해 수신 금리를 계속 낮춰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조달 방법이 예수금밖에 없는 저축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계속 높일 경우 비용이 증가한다“며 ”속도 조절 차원에서 수신 금리를 조정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