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 설계사가 코로나19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설계사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비대면 기조가 확산하고 향후 고용보험 적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이 같은 증가세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설계사 수는 11만239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10만9723명보다 2674명 증가했다. 2016년 11월 12만7054명, 2017년 11월 12만3631명, 2018년 11월 11만450명 등 그간 감소출세였던 것과 상반된다.
대형 생보사 별로 보면
한화생명(088350)은 지난해 11월 설계사 수 1만8175명으로 전년 동월 2만110명 대비 10.65% 늘었다.
삼성생명(032830)과 교보생명도 각각 2.50%, 0.71% 증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7년 3분기 16만6870명, 2018년 3분기 17만1318명 등 감소세를 보였던 손해보험 설계사 수도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설계사 수는 18만777명으로 전년 동기 15만8194명 보다 2만2583명 증가했다.
코로나에도 오히려 설계사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유입이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불황에 폐업이 속출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설계사 전직·겸직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설계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리쿠르팅 정책 외에도 코로나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설계사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일단 코로나로 인해 보험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저조한 자영업자들의 유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설계사 지원을 강화하는 등 리쿠르팅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보험이 확대하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설계사를 통한 매출은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사망보험, 상해·질병보험, 저축성보험의 비중은 각각 79.8%, 68.5%, 58.3%다. 온라인 가입은 각각 13.8%, 16.9%, 20.5%에 불과했다. 손보도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상해·질병보험의 비중이 66.8%에 달했다.
그러나 설계사 증가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설계사 고용보험 적용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보험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설계사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보험료율은 1.4%로 노동자와 사업주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온라인 보험 등 비대면 보험 판매가 강화되면서 설계사들의 위상도 점점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빅테크사들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보장분석 등 플랫폼을 앞세운 핀테크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에도 매출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면영업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도 있다"면서 "특히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저능률 설계사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