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로를 공부 지상주의라는 사회 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할 수 있을 겁니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2021청년컨퍼런스'에서 " 코로나 시대에도 청년의 좋은 일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황 대표는 "정규직이라는 용어는 법에서 정한 게 아니라 우리 인식에 있는 허상"이라며 "2017년 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전일제에 노동조합이 있고 300인 이상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즉 보통 생각하는 정규직은 임금 노동자의 7.2%밖에 안됐다"고 짚었다.
이어 "60~70%가 정규직이라면 되려고 노력해볼 만하지만, 7%에 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닌지 하는 고민이 생긴다"면서 "이 점을 그대로 두고서는 코로나 시대든 아니든 청년의 좋은 일자리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회는 들어가기만 하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앞에 공부 지상주의라는 하나의 기준, 한 줄로 서있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는 양도 한계가 있고, 그나마 이제는 경제성장이 멈추고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뭉텅뭉텅 없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조로운 한 줄을 바꾸기 위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사회적 가치, 자기 주도적인 업무, 워라밸을 선호하는 사람도 공부라는 한줄 세우기로 (부정적으로) 평가받을까봐 압박감을 느낀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일이 뭔지, 사회 통념과 한번 다르게 생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단기 근속이 태반인 데도 사회 구조는 한 직장에 들어가서 마치 20~30년 다니는게 정상인 것처럼 짜여있다"며 "직장을 많이 옮기는 사람은 커리어에서도 국민연금에서도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가 옮겨가며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경력의 풍부함을 인정해주며 사회보장도 그에 맞게 해주면 어떨까"라며 "그럼 서로서로 더 좋은 직장을 찾아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특히 일하다가 죽거나 심한 상해를 입고 장애를 입는다든지 하는 일이 없도록 굉장히 철저히 관리를 하는 사회라면 다른 일자리에서 여러 일을 경험하더라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사회 노동의 최저선을 탄탄히 하면서 보편적인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식으로 간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황 대표가 제시한 청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일단 청년들의 인식 변화가 엿보였다. 충분하고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 육아·학업 등 사유로 인한 휴직 및 근무 시간 단축, 주 3~4일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근무 형태 등에 대한 선호가 상당한 편이었다.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요구가 반영됐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청년 빌딩 청소부, 청년 지역 창업가들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만 없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전하며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나아가면 어떤 불안정성이 오더라도 좋은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스튜디오5에서 열린 '2021청년컨퍼런스'에서 " 코로나 시대에도 청년의 좋은 일은 가능하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