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법사위 의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에 나서려는 여당과 이를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야당에서는 법안 추진 시기를 문제 삼으면서도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예의주시하며 입장을 정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 전체회의는 25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여야는 전체회의 전에 법안소위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법 개정안을 예정대로 법사위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6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아직 당의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코로나 백신접종 중앙예방접종센터 현장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다른 직역과의 차별성 문제, 의료직역의 특별한 구분을 둘 만한 문제가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기본적인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시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참 코로나19가 굉장히 심각하게 진행이 되고 있고,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또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것들을 급하게 통과를 시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유예 기간 종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의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해 의료행위 중 일어난 의료과실로 처벌받을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했다.
의협에서는 살인, 성폭행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모든 범죄에 있어 금고형의 선고유예만으로도 의사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로 실형이 나오는 건 악질적인 경우 외에 드물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사례를 들며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사면허 취소 여부는 의협 자율규제 권한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로 총파업과 백신 접종 거부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의협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는 입장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쟁에 중점을 두는 현 지도부의 문제 해결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싸늘하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날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68.5%에 달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6.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의료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