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앞두고 야권은 각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후보 단일화 룰에 대한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제3의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국민의당은 정당이 아닌 후보 이름과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 설문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야권 단일 후보의 '출마 기호'를 놓고도 양측은 기싸움을 이어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여론조사 말고도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도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민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단일화 경선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미리 신청한 시민 선거인단이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의 국민참여경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실시에 합의하더라도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묻기보다는 '후보 적합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 중 가장 앞서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화 논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단일화 방식의 다양한 수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당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에 맞서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경쟁력 조사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속도감 있는 단일화 논의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태규 의원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권의 유력후보로 결정된 후보와 대결해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 상식에 맞다"며 "적합도가 제일 높은 후보는 경쟁력에서 여권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마 기호'도 논쟁거리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당의 '4번'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2번'을 달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2번'만 고집한다면 결국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겨냥해 "자기 나름대로의 자기가 편리한 단일화 조건을 제시해가지고는 될 수가 없다"며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 이것을 강조 했을 때 과연 국민의당에 4번 가지고서 선거에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돼서는 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일단 단일화 방식과 기호 문제 등에 대해 "서로 실무협의가 시작되면 심도 있게 의논할 부분들이다.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거기서 논의하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4일 결정되면 단일화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