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1분기는 1년 중 가장 치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치질은 여러가지로 곤란한 질환이다. 질환에 따른 고통과 생활에 주는 불편함은 물론, 부끄러운 마음에 주변인들에게 쉽게 털어놓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 주변의 도움조차 받기 힘들어 심신 모두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항문질환 치질과 호흡기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는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 코로나는 치질에 영향을 줬다. 제한된 외부활동에 전반적인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항문 질환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바깥에 나가지 못해 의자에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항문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낮고,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항문 주위의 혈관이 수축하고, 이로 인해 항문의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온이 낮은 1월 부터 3월에는 치질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다른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많아지는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치질 환자 수는 1월에 8만6446명으로 가장 많았고 3월(7만9142명)과 2월(7만8555명)이 뒤를 이었다. 한 해 가장 많은 치질환자가 발생한 기간이 모두 1분기인 셈이다.
보통 치질은 항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질환을 뜻한다. 치질에는 항문에 위치한 정맥이 늘어나 바깥으로 점막이 드러나는 치핵과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에 고름이 생겨 발생하는 치루 등이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치질은 치핵이며 항문 질환 가운데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치핵은 항문 외부에서 생기는 외치핵과 항문 내부에 생기는 내치핵으로 구분된다. 외치핵은 항문 주위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게 특징이며 터질 경우 고통과 함께 출혈이 동반된다. 내치핵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초기에 발견이 어렵다. 특히 내치핵은 증상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항문 조직이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를 1도, 변을 볼 때 뭔가가 나오지만 저절로 들어간다면 2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절로 들어가지 않고 손으로 넣어줘야 한다면 3도로 분류하고,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는 4도로 진단한다. 1도와 2도는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고, 3도와 4도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4도의 경우에는 즉시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
치핵의 원인은 항문 쪽의 혈관 압력과 관련이 깊다. 변비로 인해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장시간 동안 변기에 앉아 있는 것은 항문 혈관 압력을 높여 치핵을 유발 할 수 있다. 또 한 자리에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것 역시 항문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치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병원에 내원한다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치핵이 1도 수준이라면 좌욕이나, 정맥혈류개선제 같은 약물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2도 수준까지 왔다면 적외선 치료와 전자파 치료, 고무링 결찰술 같은 비수술적 요법을 적용해 볼 수 있고, 3도 이상까지 치핵이 악화했다면 수술을 통해 치핵을 절제해야 한다.
유선경 세란병원 외과 부장은 "치질은 관리가 늦어질수록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이 의심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라며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증상이 더 악화한다면 수술을 고려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 온수 좌욕을 하는 것은 항문 주변의 항문 주변의 원활한 혈액 순환을 돕기 때문에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것을 피하고 한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한다면 주기적으로 일어나 10분 이상 몸을 풀어주는 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