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 시기 다가온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가 가정폭력 대응 제도 개선, 여성 일자리의 안정성 강화를 촉구했다. 코로나 시기 여성에게 폭력과 노동 불안정 부담 등이 가중된다는 호소가 더해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오후 '가정 내 여성폭력을 말하는 38분 라이브'를 유튜브 생방송 방식으로 진행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 본부 인권상담소가 접수한 초기상담은 1143건, 중복 사건까지 집계하면 1492건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정폭력이 475건으로 41.6%를 차지했다. 성매매를 포함한 성폭력이 51.4%, 데이트폭력 15.9%, 스토킹 11.0%, 기타 10.7%였다. 특히 지난해 1월 가정폭력 상담 비중이 26%였다가 코로나 국면이 본격화한 같은 해 2월부터 40%로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가정폭력을 처리해야 할 수사 및 사법기관이 피해자에게 날을 세우는 일도 상당했다. 피해자가 경험하는 2차 피해 중 27.6%는 경찰·검찰·법원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역고소는 22건에 이르렀으며 이 중 11건은 쌍방폭력이었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과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돼야 한다"며 "가정 유지를 우선으로 하는 목적조항 개정, 면죄부를 주는 상담조건 기소유예 폐지, 가해자 처벌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체포의무제 도입 등을 빨리 법에 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사위원회 위원 포함해 가정폭력 문제가 사소한 문제라는 인식이 지금도 많다"면서 "특히 여성폭력 법률은 많은 사람 관심 가질 때 통과가 되더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여성계 및 노동단체들이 모인 '3시 스탑 공동행동'이 여성 노동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통상적으로 이들은 여성 평균 임금이 남성보다 약 3분의1 더 적다며 여성의날에 오후 3시 퇴근 퍼포먼스를 하게 마련이지만, 일자리 자체가 불안해진 코로나 시국에서는 일자리 안정성이 주된 투쟁 대상이었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감소폭이 남성보다 1.5배 많고, 돌봄을 비롯한 대면 서비스 생계 노동자가 생계 위협을 받으며, 이로 인해 다시 가정 내 여성에게 돌봄이 집중되는 흐름을 막자는 것이다.
여성계 및 노동단체들이 모인 '3시 스탑 공동행동'이 8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여성 노동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며 차별 사항을 분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3시 스탑 공동행동의 요구사항은 △코로나로 인한 여성 해고 중단, 여성고용 확대 및 성차별 없는 채용 △돌봄 일자리 고용 안정과 충분한 임금 보장 △독박 돌봄 중단 및 돌봄 공적책임 강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중단 등이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 고객지부장은 "평소 콜업무가 6시간30분 이상에 10시간반 한 적도 있다"며 "건보 업무만으로도 숨쉬고 물마시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데, 코로나 확산 이후 질병관리청 업무 콜까지 지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30% 유연근무 주장했으나 건보공단은 10%도 어렵다고 한다"면서 "공단은 지금도 공공성 강화나 직영화 투쟁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 역시 "가사노동자 월 평균 수입은 지난 2019년 107만400원에서 지난해 4월 66만5000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이들의 25%는 본인 소득이 가구 소득의 전부인데 코로나로 인해 가사노동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또 "노동자로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현행법이 원천적 문제"라며 "4대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고, 재난 상황에서도 실업급여, 휴업수당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 동일한 장소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가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했다. 옆에서는 낙태 금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동시에 열렸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임신중지 건강보험 보장 촉구 기자회견과 낙태 반대 기자회견이 경찰 인력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열리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