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대어 출현)공모가 높은데 증시는 냉탕…청약 흥행에도 줄줄 내려간 새내기주

최근 한달 신규 상장사 주가 부진…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발목

입력 : 2021-03-10 오전 4: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이 공모주 청약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새내기주 대부분의 주가가 부진하다. 청약 열풍에 힘입어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데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탓에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보다는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2월8일~3월8일) 신규 상장한 기업(5곳) 모두가 상장 첫날 주가를 밑돌고 있다. 
 
특히 씨이랩(189330)피엔에이치테크(239890)는 각각 11.1%, 25.0%씩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첫날 공모가 대비 115.6%까지 오른 유일에너테크(340930)의 수익률도 현재 54.7%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일반 청약 경쟁률 1100대 1을 넘어서며 주목받았던 뷰노(338220) 역시 현재 공모가 대비 13.1%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상장날 유일하게 '따상(수익률 160%)'을 기록한 오로스테크놀로지(322310)만이 9일 오전 현재 기준으로도 공모가 대비 157.6%에 거래되고 있어 첫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면서 새내기주들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지난 한 달 간 코스피 3091.24에서 3000선 아래로 조정을 겪었고, 코스닥 지수도 960선에서 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얼어붙은 시장 흐름과 별개로 공모가 과열 논란도 제기된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20곳 가운데 14곳이 희망 밴드를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몰리면서 애초 제시했던 희망범위를 넘어선 가격에 투자를 받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진다는 리스크가 생긴다. 주가가 부진한 씨이랩과 피엔에이치테크 모두 희망 밴드보다 비싼 가격에 공모 투자를 받았다. 뷰노, 유일에너테크도 마찬가지다. 따상에 성공한 뒤 여전히 공모가 대비 131%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는 오로스테크놀로지만이 밴드 상단 넘지 않는 선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케이스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지난 8일 희망 밴드 내 최상단인 6만5000원에 공모가 확정했다. 수요예측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만큼 최상단을 초과한 공모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으나, 당초 제시한 희망밴드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비싼 공모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모가를 책정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비교기업들과의 '생산용량 대비 기업가치(EV/Capacity)' 산정방식을 통해 공모가 밴드를 결정했는데, 통산 신규 상장기업들은 공모가 산정 시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보유한 회사로 생산설비 수준에 따라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며 "순이익을 활용한 PER 평가방법을 적용하면 과거 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하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개시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대한 실적을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산정에서 참고하는 비교기업군에 대한 논란도 있다. 회사의 현재 주요 업무인 백신 개발이 아니라 위탁생산(CMO)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CMO는 직접 연구·개발하는 비용이 적고 수익성은 높은 사업으로 여겨진다. SK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Lonza Group AG),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등 CMO 전문회사 3곳을 선택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역시 작년 IPO 때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닌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삼아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시를 통해 "동사의 생산능력(2만3924L) 수준과 최종 비교회사의 생산능력 수준은 큰 차이가 존재하니 투자자들은 이를 유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이고, 조달자금운영 계획에서 '바이오 CMO 사업 가속화 추진(2000억원 투자)' 항목을 추가 기재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우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