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 밑으로…다시 주목받는 '환헤지형 ETF'

환헤지 ETF 한달 수익률 8%p 앞서
내년 환율 '상고하저' 전망
장기투자라면 환노출형 유리

입력 : 2022-1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지난달 미국 증시가 8~10% 가량 올랐지만 서학개미들의 계좌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한달 새 원달러 환율이 9% 이상 빠지면서다.
 
반면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은 '환헤지형' 상장지수펀드(ETF)들은 플러스 수익률을 지켰다. 환 노출 여부에 따라 비슷한 ETF들 간의 한달 수익률은 8%p 이상 벌어졌다. 10월까지만 해도 '킹달러' 영향에 환노출형 ETF 수익률이 압도적이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나오며 다시 환헤지형 ETF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노출 여부 따라 수익률 8%p 벌어져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30원(0.56%) 내린 129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올 초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강화되면서 1200선을 넘기더니 지난 10월 1440원마저 돌파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킹달러' 흐름이 꺾이며 1300선 밑으로 하락, 한달 새 9% 넘게 빠졌다. 1300선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8월19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 들어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은 환차익으로 수익률을 지키고 있었지만, 지난 한달 간은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에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ETF와 환율을 헤지한 ETF의 한달 수익률 간극은 8%p 이상 벌어졌다.
 
삼성자산운용의 환헤지형(H) ETF인 'KODEX 미국S&P500선물(H)'는 지난 한달 새 4.35% 상승했다. 반면 환 변동에 노출된 'KODEX미국S&P500'은 4.39% 하락했다. 지난 한달 간 S&P500 지수는 약 3760에서 4070으로 8.3% 올랐다.
 
마찬가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는 4.39% 하락, 'TIGER 미국S&P500선물(H)는 4.03% 상승했으며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미국S&P500'도 5.09% 하락한 반면 'ARIRANG 미국S&P500(H)'는 2.46% 상승했다. 
 
지난 한달 간 10.8% 상승한 나스닥 지수도 환노출 여부에 따라 ETF 희비가 갈렸다. 4개 운용사의 나스닥100 지수 추종 환노출형 ETF는 모두 4%대 하락한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형 ETF만이 3.79% 플러스 수익을 냈다. 
 
환율 "꺾인다vs반등한다"…헤지 전략은
전문가들은 내년 달러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분기 고점을 확인한 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달러화 하락세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기대보다 미국 고용 및 서비스 경기가 양호해 달러화 하락이 제한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달러화 가치가 내년 1~3분기 점진적인 하락 후 4분기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달러화 흐름의 핵심은 경기침체 깊이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정책전환) 여부에 있다"며 "침체 깊이가 얕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경우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침체가 깊고 물가 하락이 더디다면 달러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환율 급등세가 꺾이면서 환헤지형 라인업을 추가한 운용사도 등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일 미국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형 ETF 2종을 새롭게 상장해 업계 최초로 미국 대표지수 2종의 환헤지·환노출 라인업을 모두 갖추게 됐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달러 강세 시기에는 환노출 상품에 투자해 지수 수익률과 더불어 환투자 수익도 추가로 얻을 수 있고, 반면 환율이 떨어지는 원화 강세 시기에는 환헤지형을 선택해 환차손 위험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지수의 투자수익률 수준을 추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용업계는 단기 환율 전망과 무관하게 장기 투자에선 환헤지보다 환노출형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부분 운용사들은 장기 운용하는 연금 펀드에서 환헤지가 아닌 환노출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환헤지에 비해 환노출형이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판단"이라며 "특히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하락장 방어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조언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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