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당근마켓 등 개인간거래(C2C) 플랫폼도 소비자에게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정법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분쟁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되려 예상치 못한 정보 악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장 오는 12일 관련 법안을 놓고 공정위와 당근마켓 등 C2C 업체, 유관협회간 만남이 예고되면서 양측의 입장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근마켓에 최근 새롭게 추가된 사기 주의 알림경고 메시지 기능. 사진/당근마켓
지난 7일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전상법) 전부개정안을 4월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포털·배달앱·C2C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체·소비자가 늘었는데, 플랫폼 업체들은 중개자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면책을 받고 있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법 개정의 근거로 들었다.
새로 적용할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이 물건 판매를 원할 경우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발생할 경우엔 수집한 판매자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한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과도한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서도 충분히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판매자 신원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역으로 '스토킹'이나 '사적보복'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당근마켓 등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인 C2C플랫폼에서 다루는 물건의 금액이 보통 1만~3만원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적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수집·제공에 동의하면서까지 동네의 저가 중고물품 거래에 참여할 판매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당근마켓 등 C2C 플랫폼 측은 사기 대응을 위한 정보 제공 등 수사기관 협조 요청에 응하는 것은 물론, 분쟁 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이미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분쟁 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문제 확인시 판매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개정안 중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결과·순위 기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디지털경제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과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에게 맞춤형 광고 제공시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맞춤형 광고 대신 일반 광고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세부내용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인의 취향, 구매한 상품, 자주 본 기사 등에 따라 광고를 다르게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플랫폼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공정위 규제 움직임은) 소비자 피해를 고려한 대응도 아닐 뿐더러 인터넷 사업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해외 플랫폼의 경우 소비자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개인정보 또한 취합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심해지면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한 것이 아닌 현행법에 있는 내용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12일 간담회는 입법예고를 한 이후 예정된 절차로, 최대한 많은 업체들을 만나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