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본 배달료 삭감' 논란에 공정위 역할론 '고개'

최저임금 못미치는 배달료 삭감 정책에 라이더들 반발 거세
공정위, 법적 규제할 장치 없어 고심…대책 마련 검토중
전문가 "플랫폼 종사자 최소 안전망 확보 위한 보호법 개정 필요 시급"

입력 : 2021-02-04 오후 2:21:26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최근 쿠팡이츠가 일방적으로 기본 배달 수수료를 삭감하면서 배달 기사(라이더)들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들과 시민단체,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자율시정 조치의 경우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최저 임금 보장 등 불공정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가 일방적으로 기본 배달료를 삭감했다며 갑질 규탄 단체행동을 벌였다. 이들은 불리한 배달료 개선을 요청하며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이선율 기자
 
지난달 25일 쿠팡이츠는 오는 3월2일부터 기본 배달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줄이겠다고 배달 라이더들에게 공지했다. 이에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3일 “공정위에서 쿠팡이츠, 배민, 요기요 등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약관을 개선해 라이더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발표한지 5일 만에 나온 조치”라며 “이번 단가 삭감으로 소비자와 점주 또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는 현행 배달 라이더에게 합리적인 배달료를 지급하기 위한 정책 변화라고 설명했지만 라이더들과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 사례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지난달 공정위가 쿠팡 등 배달대행서비스업체들과 배달기사와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조항들을 개정한다고 나설 때 핵심은 배달료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쿠팡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와 같은 경우 강제적으로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고민에 빠져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번 배달대행업체들에게 얘기한 자율시정안의 경우 계약서를 작성했을 때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 점검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불공정 문제가 있으면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고 한 것인데, 수수료 기준에 대한 부분은 포함시켜야 할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수료 부분을 포함시키려면 근거 법률이 있어야하는데 현재 없다”면서 “헌법상 영업과 계약의 자유가 명시돼있는데 계약 수수료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키려면 법률이 뒷받침돼야한다. 그래서 규제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유튜브 광고화면 캡쳐.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 사태에 대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소 기본권 보장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있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안 마련에 정부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가 준비되지 않아 공정위가 개입하기 난감한 것 같다"면서 "플랫폼 노동은 일반 노동자와 다르게 새롭게 등장한 일의 방식으로서 현재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플랫폼업체들의 횡포가 만연하게 벌어진다. 이 때문에 이를 규제할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플랫폼 사업자 규제강화가 시장질서를 훼손한다는 반대 여론도 많아 계약서에 수수료 기준 등을 담는 등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보호 법안 마련까지는 상당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모든 걸 규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근로자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해줘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플랫폼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 또한 법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룰(기준)이 있어야한다. 법이 있으면 노사간 제도내에서 쟈유롭게 지키는 방식으로 갈등을 피할 수 있지만 현재 법이 없다보니 쿠팡처럼 갈등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달라이더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돼 현행 노동법 기본 보호 요건에 제외되는 사례가 많다. 올해부터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대를 형성해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정의와 처우 개선 방안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가 있는 부분은 바로 조치를 할 것이며, 제도적인 부분은 고용노동부와도 협의를 통해 앞으로 더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오는 8일 공정위를 찾아 쿠팡이츠의 '갑질' 문제 검토를 요청하고 불공정 조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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