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각 사정당국들의 칼날도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경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부동산원 등 총 770명의 수사 인력을 꾸려진 ‘매머드급’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부동산 분야의 불법·불공정을 뿌리 뽑을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각 부처별 사정기관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소관 법령에 따른 칼날이 부동산 시장을 조준하는 분위기다.
14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팀은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부동산 투기근절·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범정부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TF팀은 이르면 이달안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TF팀은 투기 예방, 적발, 처벌, 부당이득 환수 등 4가지 분야에 초점을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하나로는 부동산 등록제와 신고제 병행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 4급 이상 공무원 대상인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가 부동산 정책 관련자의 경우 5급 이하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안이 유력해 보인다.
또 처벌, 부당이득 환수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불법적 거래에도 모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경찰과 달리 국세청의 움직임이 분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투기 의혹이 있으면 비교적 제한 없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어 신속한 수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도 투기성 금융 자금 흐름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교란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향배도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담합이나 중개업자들의 표시광고 위반 행태에 주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2019년 공정위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일부 공인중개사 사무실들에 조사관 20여명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무엇보다 오는 4월 2차 신규택지 발표를 앞두고 2차 신규택지로 거론되는 김포 고촌과 하남 감북, 고양 원흥지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LH 조직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 이후 12년 만에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예고한 만큼, 조직 자체를 분리하는 방안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거복지, 택지개발, 도시재생, 도심정비 등 기능을 분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 공급 기능은 별도 부처를 설치하되, 시행사로 남겨야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목소리도 거론되고 있다.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내부 통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LH 임직원이 보유한 토지를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상시적으로 투기를 예방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신설 사업지구를 지정하기 이전부터 임직원 토지는 전수조사 대상이 된다. 불법투기와 의심행위가 적발되면 직권면직 등 강력한 인사가 조처(수사 의뢰 등 포함)되는 식이다.
내부정보 감시체계 강화, 유출 시 인사 조처 및 법적 제재 근거 마련, 준법윤리감시단 설치 등의 제도 개혁도 이뤄질 예정이다.
농지 투기 근절 방안도 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농업경영계획서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투기우려 지역은 신설되는 농지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등 농지취득심사 절차가 강화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주 대국민 사과를 기점으로 기재부가 재발방지방안 대책의 메인을 잡고 갈 예정”이라며 “기재부 차관보를 TF 팀장으로 관계기관 TF 구성 후 정부안 마련, 조속히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경뿐만 아니라 행정부 중심으로 공정위와 국세청 등 각 제재 기관들의 움직임도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불법·불공정을 뿌리 뽑기 위한 강경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임직원은 실제 사용 목적 이외의 토지 취득을 금지할 것”이라며 “투기비리 청산은 부동산 적폐척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H 땅 투기 의혹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12일 경기 분당에서 현직 고위 간부 A씨가 투신한데 이어 13일 파주에서도 LH 간부급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시흥시 과림동 모습. 의기 의혹 토지에 보상을 목적으로 보이는 묘목이 약 50cm 간격으로 빼곡히 심어져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조용훈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