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코로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2021년도 국민경제자문회의·한국경제학회공동 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우리 자산시장의 자금쏠림, 가계와 기업의 부채 확대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는 부문간·계층간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불평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이번 위기로 불확실성에 더욱 민감해진 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한층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환경 변화에 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의 전개상황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가계와 기업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등 글로벌 여건 변화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백신보급과 재정부양책으로 경기회복이 빨라질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그는 "대외 여건 변화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으므로 계속 면밀히 점검하면서 시장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보급이 진행되면서 경제활동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팬데믹 이후의 구조변화에도 적극 대비해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 및 자본 접근성을 제고해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동화·디지털화 등 경제구조 변화 과정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의 영향은 '롱 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장기 후유증을 남김으로써 위기 극복 후에도 우리 경제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 줄 수 있다"며 "우리 경제가 하루빨리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학계, 기업 모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코로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총재.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