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을 두고
삼성전자(00593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당장 해임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삼성의 준법경영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까지 법 준수를 권고한 만큼 관련 주체로서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 준법위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안건에 대해 논의한 뒤 "취업 제한의 요건과 범위에 대해 불명확한 점이 있으나 관련 절차 진행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준수해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법무부가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을 통보하자 지난달 정기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룬 이후 두 차례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다.
이번 준법위가 권고를 내린 배경에는 그만큼 이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법무부는 물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당장 취업제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기에 준법위 입장에서도 이를 도외시할 수 없었다.
삼성이 준법위 결정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준법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한 만큼 준법위 결론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주주총회 당시 취업제한 문제가 불거지자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 역할을 고려하고 있다.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정기회의가 열린 지난달 1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이번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 배경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으로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정한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가 있다. 취업제한 종료 시점은 명확하지만, 그 시작 시점은 다소 애매하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형이 진행 중일 때는 취업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법 조항은 '신규 취업'일 때 적용할 수 있을뿐 이미 무보수에 비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취업제한은 통상 구치소에 들어가면 밟는 절차로 현재 법 조항 자체가 애매해 이를 이 부회장에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형 집행 중일 때 취업제한이 적용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미 법무부로부터 취업 제한을 통보받은 만큼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집행유예를 확정한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경우 당시 회장직 등을 포함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이 낸 행정소송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취업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 문제는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적용이 가능하느냐를 넘어 앞으로 삼성전자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쏠린다. 준법위까지 나선 만큼 그대로 있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주주총회 당시 참여연대 등은 "이사회가 나서 이 부회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재차 결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가 직접 나서 총수를 해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다'는 법 조항을 활용해 승인을 이끌어내는 방법 등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