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비보존그룹이 비보존제약의 의약품 불법 제조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회사는 물론, 업계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인 만큼, 변화와 쇄신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은 의약품 불법 제조와 관련된 사과를 담은 그룹 공식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최근 불거진 원료 용량 조작 사건과 관련해 화성 공장 압수수색 등 사태가 커짐에 따라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2일 비보존제약에서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것을 확인하고 9개 품목을 잠정 제조·판매 중지했다. 당시 비보존제약은 자사 제품인 '제이옥틴정' 제조 상의 문제를 인지하고 식약처에 자진 신고했고, 이후 '제이옥틴정'을 포함한 4개의 자사 의약품과 위탁 제조한 5개 의약품이 허가 사항과 달리 제조된 점이 확인됐다.
특히 비보존제약에 앞서 바이넥스가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것이 적발돼 6개 품목과 수탁 생산한 24개사 32개 품목에 대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가 내려진 직후라 의약품 불법 제조와 관련된 논란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이와 관련해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을 윤리위원회 회부를 비롯해 식약처 발표 및 조사 내용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고 제출 자료 검토 등 강경한 조치 계획을 밝힌 상태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의약품 생산시설 30곳에 대한 점검을 추가로 진행한 후 바이넥스와 비보존제약 등 복제약 불법제조가 확인된 수탁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비보존그룹 입장문 전문이다.
우선 '의약품 불법 제조'와 관련해 걱정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보존제약(구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의약품이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우려와 실망이 있으실 것으로 압니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을 인수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희 비보존그룹도 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비보존그룹은 지난해 9월, 신약개발부터 완제의약품 생산·판매까지 가능한 글로벌 종합제약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비보존제약을 인수했습니다. 인수 절차 이후 업무를 인계 받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이옥틴정(티옥트산)'이 최초 허가 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습니다. 이는 인수 전부터 일어난 일이었지만, 인수 과정에서 관련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당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사건의 경위를 조사했으나 제이옥틴정의 경우 최초 허가가 2003년으로 당시 관계자 중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전무했고, 관련 서류 역시 보관 기간이 만료돼 폐기된 상황이었습니다. 경위 파악과는 별개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제약회사에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즉시 제조 중단 및 자진 회수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신고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비보존제약이 자진 신고를 한 것은 과오를 덮고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당장은 피해를 보더라도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자진 신고와 관련해 실무적인 처리 절차와 방법 등을 주무관청에 문의하는 과정이 있었고, 이에 대해 현재 은폐 의혹까지 보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은폐 시도는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점 역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비보존은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세계 유일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계십니다. 또 VVZ-2471이라는 신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해당 물질이 진통 작용뿐만 아니라 중독의 예방 및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오피란제린보다도 큰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올해 임상 1상 시험 승인 신청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비보존은 한국의 신약개발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며 기업의 신뢰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제약 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변화와 쇄신을 위해 비보존그룹 전 임직원 모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앞으로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보존그룹 이두현 회장 올림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