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통업계 연봉, 대체로 개선됐지만…노조 "성과 비해선 낮다"

디지털전환 사업구조 개편 따른 수혜…통신 3사 CEO 연봉, SKT>LGU+>KT
이통사 평균연봉, ICT 타 업종 연봉 인상 수준엔 못미쳐…"성과급 체계 개편해야"

입력 : 2021-03-2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이동통신 업계가 지난해 디지털전환(DX) 사업의 성과를 누림에 따라 연봉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 일각서는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가운데 같은 생태계 내 인터넷·게임업체의 연봉 인상 흐름이 워낙 두드러지면서 이동통신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공시된 KT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KT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구현모 KT 대표는 2020년 연봉 9억97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5억2700만원, 2019년 성과에 대한 상여금 4억5800만원 등으로, KT는 "커스터머앤미디어 부문장으로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유·무선 사업 성장과 미디어 콘텐츠·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2019년에는 보수로 8억9200만원을 받았다.
 
구 대표를 비롯해 이통사 CEO 연봉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통 업계는 지난해 '탈통신·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진행한 사업구조 개편, 다른 사업자와의 협력 등 성과를 바탕으로 연봉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사 CEO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박정호 SKT 사장은 급여 17억원, 상여 56억7900만원 등 총 73억7900만원을 받았다. 전년 대비 62.9% 증가한 수치다. SKT는 박 사장이 SKT 대표이사로서 SKT ICT패밀리사의 성장을 총괄하며 새로운 5G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카카오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날 주총을 통해 LG유플러스 CEO로 선임된 황현식 사장은 지난해 보수로 급여 9억800만원, 상여 2억7400만원 등 총 11억8600만원을 수령했다. 회사는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비전 제시 및 사업구조 변화를 이끌어낸 점 등을 고려해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정호 SKT 사장, 구현모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각사
 
임직원 평균연봉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하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KT 임직원 평균연봉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8800만원 수준이었다. SK텔레콤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2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LG유플러스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7900만원으로, 2019년 평균 연봉 8000만원에서 일부 줄었다.
 
다만 이통업계에서는 노조를 중심으로 회사의 실적 상승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 중이다. 회사 성과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KT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합리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그 성과에 맞춰 공정하게 분배하자는 것이 요즘 IT 업계를 필두로 한 젊은 직원의 요구"라며 "KT는 성과급 체계가 수년째 그대로다. 사실상 공기업 시절 정기 상여금에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SKT 노조는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8% 성장했지만 성과급은 오히려 같은 기간 20% 정도 줄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노사는 전직원 격려금 800만원,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등을 합의하며 갈등을 마무리했다.
 
통신업계뿐만 아니라 최근 포털, 게임 등 ICT 산업 전반에 걸쳐 정당한 성과급을 달라는 요구가 나오면서, 이에 따른 연봉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안정적 실적을 바탕으로 IT 개발자 확보를 위한 연봉 인상, 성과급 개편 등이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