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우리나라도 뒤쳐진 기술력을 딛고 자체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한다는 요구가 높다. 글로벌 리더십의 우위에 설 백신 외교 전략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큰 만큼,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인재 육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보건 당국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신·변종 감염병 대응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비해 5년 정도 뒤져있다. 일본에는 2.5년, 중국과 비교해서는 1년이나 뒤져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각각 7건과 13건이다.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나 아직 1~2상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 치료제는 이보다 한발 앞서긴 했다. 지난 2월 셀트리온 '렉키로나주'가 조건부 허가를 받아 투여를 시작했으며, 유럽의약품청도 허가 전 긴급사용 절차 착수에 들어갔다. 대웅제약, 할국릴리는 3상, 한국엠에스디(2·3상)도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광약품, 신품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제넥신, 뉴젠 테라퓨틱스, 동화악품, 이뮨메드 등도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자체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백신 외교의 경쟁력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백신 개발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 생산 및 개발 기술력 확보, 안전한 유통망 구축 등을 위한 전략 수립과 관련 분야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다만 화이자 백신 등 영하 70도의 초저온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백신 수급을 위해 콜드체인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의약품 보관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감지되고 있다.
문지영 세계지역연구센터 부연구원은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백신 개발에 대한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국제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국내외의 기업, 산업, 정부 및 국제기구와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백신 개발과 제조 및 유통 단계에서 국제적인 협력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도 의약품 산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가능성도 검토할 부분이다.
노윤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백신 개발에는 시험 참여자가 필요한데, 3상의 경우 최소 3만명 이상의 참여자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단기간에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인도 의약품 산업의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현지 제약사와 기술협력 등의 방법을 적극 활용해 우리 제약사들도 인도를 제품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적 보건의료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여러 개발도상국과 보건의료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와도 보건의료 관련 업무 협약을 맺어왔다.
보건 전문가는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등으로 향후 코로나19가 계절성 유행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생산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5일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