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명숙 사건" 논의, 수사지휘 취지 반영 의문"(종합)

"실체적 진실 별개 직접수사 관행 부적절함 드러나"

입력 : 2021-03-22 오후 4:39:0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과 관련한 검찰의 재판단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검찰의 직접수사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검찰 직접수사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실효적 제도 개선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처리 과정에서 확인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편의 제공과 정보원으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 조사 정황, 이 사건 민원 접수 시부터 대검의 무혐의 취지 결정, 그리고 대검 부장회의 내용의 언론 유출 등 절차적 정의가 훼손된 점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의 엄정한 합동 감찰을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합동 감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의 중요 사건 수사 착수, 사건 배당과 수사팀 구성 절차에서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이러한 제도 개선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들을 것"이라며 "검찰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향후 시민 통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최초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이 부적절했다는 단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검찰 측 증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반복 소환이 있었고, 수사의 공정성에 시비를 야기할 수 있는 가족과의 부적절한 접촉 등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됐다"며 "또한 재소자에게 외부 음식, 사적 만남, 전화 등의 편의가 제공됐고, 이들을 정보원이나 제보자로 활용하는 등 부적절한 정보수집 방식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소자들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 소환해 증언 연습을 시킨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한 정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에 따라 검찰이 진행한 고검장, 대검찰청 부장회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이번에 개최된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번 회의는 한 전 총리의 유·무죄가 아니라 재소자의 위증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담당해 온 검사의 모해위증 인지 보고와 기소 의견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결정한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최초 재소자들을 수사했던 검사의 징계 절차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의 출석은 장관의 수사지휘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 내에 방대한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서 내린 결론이라면 조직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에 대한 편견,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임에도 재소자란 이유만으로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편 이번 대검 부장회의조차도 그 진행 상황이 순식간에 특정 언론에 유출돼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며 "검찰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을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형사사법 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결론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논의와 처리 과정은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하고, 최소한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이해와 승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절차적 정의가 문제됐던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질책했다.
 
앞서 대검은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 한모씨와 최모씨가 제기한 전·현직 검사 등 16명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모해위증방조 의혹 민원 사건을 지난 5일 혐의없음 취지로 종결했다. 
 
이에 박 장관은 17일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게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개최해 해당 재판의 증인 김모씨의 혐의 유무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 또 박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합동으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위법·부당한 수사 절차와 관행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그 결과와 개선 방안 등을 신속히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조남관 차장검사는 수사지휘에 따라 19일 일선 고검장 6명, 대검 부장 7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주재해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검은 회의 결과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종결한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20일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박 장관이 내린 합동감찰 지시에 따라 대검 감찰부와 합동해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부적절한 수사 관행과 해당 사건과 관련한 민원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이번 합동감찰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 구성원이 참여해 진행될 예정이며,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이 사건의 수사와 공판 과정 전반뿐만 아니라 지난해 이 사건과 관련한 민원의 배당, 조사, 의사결정, 그 이후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사건 관련 처리 과정 전반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자세히 확인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직접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재소자들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 소환해 이른바 '증언 연습'을 시킨 정황, 수용자에 대한 부당한 편의 제공,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 정황 등을 조사한다. 
 
또 지난해 민원 사건의 이첩 과정, 임은정 대검 연구관에 대한 직무 배제 논란, 민원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야기된 불합리한 의사결정 논란, 비공개회의 내용의 특정 언론 유출 경위 등도 조사 대상이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이번 합동감찰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을 과감히 개선함은 물론 사건 배당·수사·공판 등 검찰 업무 전반에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시적 개혁 성과를 거두고, 검찰의 조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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