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름잡은 K-배터리 3사가 중국의 약진에 더해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계의 잇단 내재화 선언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당장 전기차 시장 급팽창에 따른 배터리 공급 부족 문제가 화두지만 장기적으로 경쟁 과열에 따른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K-배터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13.7기가와트시(GWh)에서 중국 CATL은 점유율 31.2%(4.3GWh)로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8.5%(2.5GWh)로 2위, 일본 파나소닉은 15.6%(2.1GWh)로 3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배터리 5사의 점유율은 48.3%로 1위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7.2%로 2위, 일본 배터리 2사(파나소닉, PEVE)가 17.0%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K-배터리 3사가 시장 점유율이 36.2%로 전년(15.8%) 대비 오르며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중국 업체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의 약진에 더해 최근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으로 K-배터리 3사는 계획에 없던 암초를 만났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2023년부터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비용과 성능을 높인 '각형 단일 단전지(unified prismatic cell)'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 사용 비율은 80%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셀 수급 안정화 방안으로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3사 주가는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행사 이후 고점 대비 30%가 빠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전일 대비 2만5000원(3.01%) 내린 8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006400)는 1만9000원(2.87%)내린 64만2000원,
SK이노베이션(096770)도 70000원(3.31%) 떨어진 20만4500원에 하락 마감했다.
폭스바겐의 계획에 따라 하반기로 예정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EB) 프로젝트 후속 물량에 대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수주 규모는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는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다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는 일부 수혜가 예상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오는 2030년까지 규격화된 각형 전지 비중 확대와 배터리공장 내재화를 통한 원가절감은 각형 비중이 낮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유럽과 중국 배터리 기업의 수혜는 커질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와 중국의 배터리 5위 업체 궈시안(Guoxuan)의 대주주다. 특히 폭스바겐이 채택하는 각형 배터리는 중국의 CATL과 BYD사의 주력 제품이기도 하다. 폭스바겐이 파워데이에서 셀투팩과 셀투카 전략을 언급한 만큼 CATL이 개발한 '셀투팩' 기술이 탑재된 배터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게 졈쳐진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향후 나올 전기차 대수만 놓고 봐도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의 (폭스바겐) 자체 공급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멀티 서플라이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어느 배터리 업체와 협력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각형 사용 비율을 늘려간다고 해도 나머지 20% 물량에 대해서는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의 사용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 선언에도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경험 자체가 타국가 기업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아직은 기회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파우치셀의 신뢰성이 위협 받고 있다고 해서 포기할 게 아니라 기술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고, 배터리가 태부족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각사가 목표로 하는 세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셀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