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증시가 조정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건설주들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건자재 관련주는 철강 등 일부 섹터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황이 좋아질 때는 건자재 기업들도 시차를 두고 수혜를 받는다는 점, 특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구축 아파트를 고쳐 쓰는 인테리어가 일반화돼 관련 기업과 주식종목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 다만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의 실제 선택은 품목별로 온도차가 있으므로 세밀하게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4년 폭발적 상승장세 돌아온다”
일반적으로 건자재주는 주택착공건수에 영향을 받는다. 집을 많이 지을수록 집에 들어가는 각종 건자재 매출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로 집을 짓는 데는 각종 제약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민간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에서 꾸준히 완판행렬을 이어갔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과는 별개로 민간 분양은 올해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기대감에 건설주들은 주식시장이 조정에 돌입한 이후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로 잠깐 들썩이다가 LH 직원들의 투기 이슈로 조용해졌으나 다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등판하면서 불씨를 살리는 분위기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에 한강르네상스 등을 추진하며 건설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번에도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건설주와 달리 건자재 종목 중에서는 일부 철강주들이 모처럼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다른 분야 종목들은 잠잠하다.
하지만 주택건설 공기에 따라 건자재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결국엔 시차를 두고 이들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많은 건자재 종목들은 신규 주택 공급과 무관하게 노후주택 인테리어로 인한 매출 증가의 수혜를 얻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1~2인 가구 증가 트렌드와 함께 ‘영끌’로 내 집을 마련한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인테리어 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 중엔 예산 부족, 청약가점 부족으로 노후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헌 집이라도 새 집처럼 살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아 인테리어를 필수로 여기기 때문이다.
갭 투자가 성행할 당시 집주인이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 기본만 수선하는 인테리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임대 목적의 인테리어는 도배, 장판과 싱크대, 화장실, 신발장 정도를 저렴한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집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그야말로 공사 수준의 인테리어가 많다.
또한 예전엔 준공한지 15년은 지나야 손을 댔다면 요즘은 10년도 안 돼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등 공사 시점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집 상태가 멀쩡해도 거주자의 기호에 따라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을 고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월에 발간한 ‘2021, 공급전야’ 보고서에서 “과거와 달리 갭투자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가 아니라, 개인의 실거주 목적의 매매가 확대되는 현재의 부동산 트렌드에서 당연히 한국 구축 아파트의 전입에 따른 리모델링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불어 홈퍼니싱, 인테리어 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나타난 이유는 궁극적으로 주거 환경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14년 부동산 랠리 당시 △가구시장의 표준화 △이사수요 확대 △ 착공물량 증가에 따른 업황업태의 전환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테리어 리모델링 업체들에 대한 멀티플 프리미엄이 나타난 것처럼, 지금의 시장은 △리모델링 시장의 표준화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 확대 △집 꾸미기 수요 증가에 따른 홈데코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업황 업태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 발표, 임대주택 확대 등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돌아섰지만 2022년까지는 공백기가 생길 수밖에 없어 적어도 그때까지는 구축 아파트 매수세와 인테리어·리모델링 관련 기업들의 성장성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테리어 트렌드 변화로 수혜주도 온도차
건자재 종목들에게도 차례가 돌아온다면 첫 번째 수혜주는 한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인테리어 종목들이 급등했던 2013~2015년 당시
한샘(009240) 주가는 1700%가 넘는 주가 상승을 기록한 전력이 있다. 게다가 한샘은 랠리 당시 주방가구 중심에서 사업영역이 확장됐다.
한샘은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전문영역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데 착안해 전문 브랜드 한샘리하우스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아예 인테리어를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그중 하나인 ‘수퍼화이트’는 평당 99만원이라는 파격가를 앞세워 인테리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화장실, 주방 등 공간별로 나눠 가격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LG하우시스(108670),
KCC(002380) 등도 이 시장에 참전했으나 지명도에서는 한샘이 앞서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샘과 같이 주목받았던 종목이
현대리바트(079430)다. 한샘은 B2C 비중이 70%에 이르고, 현대리바트는 반대로 B2B가 70%라는 차이점 때문에 한샘에 비해 신규 주택 건설에 조금 더 영향을 받는 편이다.
이들처럼 ‘인테리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모두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겠지만 조금 더 파고 들면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자재 중 인테리어에 속하는 품목들은 창호, 벽지, 마루. 타일, 페인트, 씽크대, 도기, 수전, 조명 등과 관련 전자제품인 후드, 쿡탑 및 인덕션 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이 있으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인테리어를 주문할 때는 필수품목과 선택품목으로 나뉘는 편이다. 즉 필수품목에 속해야 온기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창호(섀시)의 경우 교체하려면 1000만원 넘는 돈이 필요해 전체 인테리어 예산에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20년 이상 오래된 창호가 아닌 이상 교체보다는 필름만 덧붙이는 시공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와 반대로 벽지는 거의 모두가 새로 시공하는 편이다. 간혹 페인트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벽지 수요가 많다.
유행에 따라 소재 선택이 변하기도 한다. 바닥재의 경우 한때 대리석 대체제로 포세린 타일 이 인기를 얻었으나 최근엔 벽은 하얗게 바닥과 가구는 나무 느낌으로 채우는 우드앤화이트(wood & white)가 대세여서 강마루 및 강화마루, 원목마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등 도기의 경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화장실을 고치면 도기는 교체할 수밖에 없어
대림B&Co(005750)나
와토스코리아(079000)가 자연스럽게 그 수혜를 누릴 것이다. 그런데 요즘 현장에서는 아메리칸스탠다드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어 국내 업체들로서는 점유율을 조금씩 빼앗기는 처지다. 물론 물량 자체가 급증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이 국내 업체에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활가전 시장에서 다이슨이 불어온 변화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 업체와 가전 브랜드의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한샘 디자인파크 논현점에서 한샘의 프리미엄 주방가구 키친바흐와 동일한 소재의 도어 패널이 적용된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주방에 쓰는 전기제품에도 변화가 있다. 후드의 경우 음식을 조리할 때 냄새를 제거하는 기능 중심에서 주방 인테리어의 디자인 포인트로 트렌드가 이동한 덕분에 고가의 후드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도시가스를 쓰는 쿡탑 대신 인덕션 및 하이라이트 전기레인지가 일반화된 것도 큰 변화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세탁기의 경우에도 싱크대 옆에 놓거나 장식장을 짜서 놓는다는 특성 때문에 싱크대와 깊이가 같은
삼성전자(005930) 비스포크,
LG전자(066570) 오브제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