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영등포구 지역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최근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영등포구 4곳 중 도림동 26-21 일대, 신길16구역, 신길밤동산 지역을 보류 처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타운과 공공재개발이 모두 좌절된 신길16구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3동의 신길16구역과 도림동 26-21 일대 주민들은 <뉴스토마토>에 공공재개발 을 원한다고 했다.
신길3동 주민 하모씨(69)는 공공재개발이 보류됐다고 알려주자 "보류했다는 건 결국 해주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전세 사는 입장에서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재개발을 바란다"면서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공공재개발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료로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집주인들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림동 세입자 이모씨(80대)는 "이곳은 중국에서 돈 벌려고 오는 사람이 많다"며 "노인 집주인들이 세를 받으려고 하지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하면 당장 임대료 받을 건물이 없어지는데다 나이도 많아 아파트 같은 신축 건물이 별 소용없다고들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동네가 낡아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A씨 역시 "신길 16구역 노인 집주인들은 월세 받으며 살기 때문에 재개발에 대해서는 '나 죽으면 개발될거냐'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뉴타운 역시 그런 이유로 해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길 3동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연령대의 17.08%로 서울 전체 15.82%보다 높다. 신길16구역의 경우 소유주 10%대의 동의를 얻고 신청해 공공재개발 '커트라인'인 10%를 간신히 넘긴 정도였다. 이번에 선정된 신길 1구역은 50%대였다. 이번에 보류된 지역들은 전반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동의율이 낮다는 게 서울시와 국토부의 설명이다.
뉴타운 해제가 공공재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뉴타운이 무산되자 빌라나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노후 건물을 교체하는 재개발 특성상 추진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좌절은 주민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B씨는 "뉴타운 해제되고 LH 사태가 터지면서 개발 자체에 대한 신뢰와 동력이 위축된 상태"라고 평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추진 주체들은 보류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하는 것 같지만 아쉬움이 크더라"며 "아직까지 향후 계획이나 절차 추진을 밝혀온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
'신길 16구역 재추진' 카페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이는 중이다. 공공주도 개발에 마뜩잖아하면서도 설명회라도 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오는 식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9일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했다. △노원구 상계3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성동구 금호23 △종로구 숭인동 1169 △양천구 신월7동-2 △서대문구 홍은1 △서대문구 충정로1 △서대문구 연희동 721-6 △송파구 거여새마을 △동대문구 전농9 △중랑구 중화122 △성북구 성북1 △성북구 장위8 △성북구 장위9 △영등포구 신길1 등이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16구역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