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화시스템의 1조2000억원 유상증자가 주요 주주의 지원으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대 주주 에이치솔루션이 배정 물량 이상을 소화하며 적극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에어택시와 위성으로 대표되는 한화시스템의 미래 사업 투자도 청신호가 켜졌다.
31일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이치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 총 규모 1조2000억원의 62.4%에 달하는 722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 48.99%에 따라 5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미래 사업을 위한 행보인 만큼 회사의 가치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보유 지분율 13.41%에 배정된 물량의 120%인 15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 3형제가 각각 50%, 25%, 2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사주 지분율 20%를 고려하면 실제 풀리는 물량은 2284억원(19%)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남은 물량에 대한 청약 달성은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써 한화시스템 유상증자는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건 △도심항공교통(UAM) △위성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4500억원은 UAM, 5000억원은 위성, 2500억원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3년에 걸쳐 투자한다.
특히 에어택시로 대표되는 UAM은 국내외를 포함해 선두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개인항공기(PAV) 기업 오버에어와 함께 진행 중인 에어택시 기체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으며 2025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나아가 30%가량 보유했던 오버에어 지분을 더 늘려 100% 인수해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기 '버터플라이' 실물 모형. 사진/한화시스템
UAM 사업의 경우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부와 한화시스템을 포함해 40여개 기관·기업은 UAM 상용화를 위한 민관협력체인 '팀코리아'를 결성했다. 이들은 기체 개발부터 인프라, 교통 관리 체계까지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시스템은 UAM 사업을 기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항공물류, 교통관리 서비스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위성 사업의 경우 그동안 군 위성통신체계 개발에 참여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민간에 적용한다. 위성 시장은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방위업체 중심으로 최근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민간 업체들이 주목하는 건 500kg 이하 저궤도(소형) 위성으로, 중·대형위성에 비해 개발과 제작 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 지표면에서 500km가량 떨어진 곳에 쏘기 때문에 통신 속도도 빠르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하면 5G는 물론 6G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모건스탠리는 저궤도 위성 통신서비스 시장이 2040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 전자지갑, 본인인증 등의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UAM과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성장 로드맵 시현에는 다양한 단계와 변수가 존재하나,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점에서 증자에 대한 부담보다는 잠재력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