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삼성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하도급 대금 등이 적힌 계약서를 제 때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계약 서면 미발급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한다고 4일 밝혔습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삼성중공업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수급 사업자 A사에 선박 전기장치, 기계장치 작업 임가공을 위탁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는 작업 시작 이후 최소 1일~최대 102일이 지난 후에 발급하거나 아예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작업 시작 이후 서면을 발급한 사례는 19건, 종료일까지 미발급한 사례는 10건에 달합니다.
하도급법 3조 1항을 보면 원사업자는 수급 사업자에 일을 위탁할 때 작업이 시작되기 전 서면을 발급해야 합니다.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두로 계약을 맺은 뒤 작업 시작 직전 계약을 철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서면 발급이 미뤄지면 계약조건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부당한 대금 감액 등을 겪어도 수급 사업자가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이전에도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하지 않아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조사 내용을 보면, 삼성중공업은 2014∼2015년 하도급 업체들에 도장 등 선박 임가공 총 696건을 맡기면서 작업 시작 전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원고(삼성중공업)가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은폐하려 수급사업자에게 자료 삭제를 요구하는 등 행위의 불법성이 크고 추후 하도급법 위반을 은폐하며 같은 행위를 반복할 우려도 있다"며 공정위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승규 공정위 하도급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에게 서면 발급 의무를 명확히 준수하도록 해, 하도급 계약 내용의 불분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급사업자의 불이익을 방지함과 동시에 당사자 간의 사후분쟁을 미리 예방하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하도급 거래에 있어 이러한 '선시공 후계약' 관행이 근절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업 위탁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 등을 적은 서면(계약서)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은 삼성중공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00만원을 부과한다고 4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선박. (사진=삼성중공업)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