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서울 서초구에는 이정표를 자처하는 로펌이 많다. 그중에 지향점이 여성과 아동 인권, 비정규직 차별과 공정거래 문제 해결에 찍힌 곳은 법무법인 지향이다.
남상철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는 "한 사람의 피해자로부터 수만명의 권리자까지, 권리 옹호를 통한 '공정한 사회'가 법인의 모토"라고 말했다.
로펌이 추구하는 가치는 맡아 온 사건으로 알 수 있다. 현재 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단에 포함돼 있다. 가해자 혀 절단으로 방어했다가 피해자가 처벌받은 성폭력 사건 재심도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끈 위헌소송 대리인단에도 지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지향 간판. 사진/지향
공익활동 변호사들이 창립
피해자 권리 옹호를 지향하는 이곳은 설립 구성원이 노동·저작권·주주권·공정거래·여성아동·과거사·언론 등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15년~24년차 변호사들이다. 법률사무소 이안의 김진·남상철·이상훈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지향의 이은우·김수정·박갑주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의 이상희·류신환 변호사가 1년간 뜻을 모아 2012년 11월 세웠다.
남 대표는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오랜 기간 공익 활동을 수행해 왔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며 "다수의 권리자나 피해자 개인·기업·단체·공공기관을 대리하는 법인 활동으로 당사자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그 성과로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법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설립 당시 구성원들은 법인 성격이 오래 유지되고 목적 달성이 되도록 평등한 의사결정과 분배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뜻을 한결같이 발전시키자는 의미를 기존 법률사무소 지향 이름으로 계승했다.
남상철 법무법인 지향 대표변호사. 사진/지향
역사적 사건과 노동 분야 두각
현재 진행 중인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지향을 중심으로 공동대리인단이 꾸려졌다. 대리인단은 외국에 대한 재판권이 없다는 관습법인 '국가면제(주권면제)'와 지난 2015년 맺어진 한일합의가 이 재판에 적용돼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1960년대 혀 절단으로 성폭행을 방어해 중상해죄 처벌받은 피해자 재심도 진행 중이다.
최근 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은 홈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경품 행사로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해 보험사에 팔아넘긴 사건에서 지향이 피해자 1074명을 대리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에 대한 청구는 승소가 확정됐다. 홈플러스에 대한 청구는 1심·2심에서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9년 한국도로공사에 톨게이트 통행료 수납원으로 파견된 직원들이 공사 직원으로 인정받은 사건도 지향이 대리했다.
법무법인 지향 구성원들. 사진 첫줄 왼쪽부터 김예지, 김수정, 이상희, 김진 변호사, 남상철 대표변호사, 김묘희, 전다운, 여연심 변호사. 뒷줄 왼쪽부터 박갑주, 박용대, 양성우, 박시진, 김영주, 이은우, 류신환 변호사. 사진/지향
각 분야 선수들의 드림팀
지향은 구성원 한명 한명이 주력이다. 서초구 양재동 사무소에 남 대표와 파트너 변호사 8명, 소속변호사 5명과 사무원 9명이 있다. 강릉 분사무소에는 김진 파트너 변호사와 사무원 1명이 활약한다.
분야별로는 가사소송팀과 노동팀, 공정거래·집단소송팀이 있다. 여성의 삶을 바꾼 사건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김수정 변호사, 위안부 등 과거사와 소년법 분야 전문인 이상희 변호사, 이혼소송과 아동학대에 강한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출신 김영주 변호사, 풍부한 소송수행 경험을 가진 양성우 변호사가 업무 중이다.
노동 분야에서는 22년간 노동 사건을 다룬 김진 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노동법과 노동 사건에 경험이 많은 여연심 변호사, 고용상 차별 문제를 다루는 전다운·김예지 변호사가 의뢰인을 맞고 있다.
공정거래와 정보통신, 개인정보 분야는 20년간 경험을 쌓은 이은우·박갑주 변호사가 주도한다. 조세 분야는 박용대 변호사가 두각을 나타낸다.
지향이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배경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있다. 남 대표는 "후배 변호사가 기수 차이 혹은 나이 차이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쉽게 낼 수 없는 분위기라면 고객이 의뢰하는 사건에 대해 전문적인 대응이 어렵다"며 "변호사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협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그 결과를 고객에게 성과로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 외에도 지향은 지적재산권과 엔터테인먼트, 언론 분쟁과 관련한 다양한 소송과 자문을 수행해왔다. 창작과비평사, 한국레이블산업협회, 방송사 등에 오랫동안 자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주로 저작권과 언론 분야에 강점이 있다. 남상철 대표변호사와 류신환 변호사의 주도하에 김묘희 변호사, 박시진 변호사가 함께 하고 있다.
진심 담은 소통으로 추천받는 로펌 지향
남 대표는 지향의 또 다른 강점으로 냉정함과 정직함을 내세웠다. 그는 "요즘 승소 사례를 내세우는 것이 로펌 홍보의 경향이지만, 모든 사건의 결론은 제각각"이라며 "이길 수 있다는 말로 서둘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하지 않고, 냉정하고 정직하게 분석 결과를 고객과 나눈다"고 말했다.
지향의 다음 전장은 4차산업이다. 지향은 디지털화와 데이터 활용 관련 개인정보보호 분야를 주시한다. 남 대표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그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활동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최근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 구제 활동을 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또 "최근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날로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지향은 향후 10년 뒤 '시민이 가족에게 기꺼이 소개하는 로펌'이 되기를 바란다. 남 대표는 "시민들이 왜 우리에게 전문가라는 자격을 주었는지 늘 고민하고, 권리 보호와 피해 구제라는 소명을 수행할 것"이라며 "시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로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