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국내 IT 상장사들 가운데 주식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액면분할’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펄어비스·크래프톤 등이 액면분할 결정을 공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등 해당 기업의 주식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액면분할으로 기업가치가 달라지지 않는 만큼 투자에 유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창립 이래 처음으로 주식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액면분할 결정이 승인되면서 발행주식 총수는 기존 약 8870만주에서 약 4억4350만주로 늘어나게 됐다. 이날 기준 카카오 주가는 50만원 초반대로, 액면분할시 주가는 약 10만원 수준이 될 예정이다. 분할 상장 예정일은 내달 15일로, 12~14일은 거래가 정지된다.
펄어비스 역시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를 주당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펄어비스의 보통주 발행주식 수는 기존 약 1319만주에서 약 6595만주로 늘어난다. 이날 기준 주가가 30만원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6만원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펄어비스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16일부터 신주가 상장돼 거래를 재개할 계획이다.
크래프톤도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액면가 500원이었던 주식을 5대1로 분할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크래프톤의 경우 기업공개(IPO)가 주목받는 가운데 증권가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2∼3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기준 크래프톤의 장외 거래가는 주당 230만원 수준이어서 액면 분할이 이뤄지면 주당 45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주식 분할 날짜는 내달 4일이다.
성장성 높은 이들 기업의 액면분할 결정은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주가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액면분할 자체는 유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지 '주식 할인 판매'는 아닌 만큼, 결국 향후 시장에서 판단하는 기업 가치가 주가 향방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가 제도를 채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증시에서 액면분할이 흔한 일은 아니다. 유동성이 부족한 고가주 중심으로 이뤄진다”라며 “대형주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시총 증가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액면분할 자체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3039.53)보다 4.07포인트(0.13%) 내린 3035.46에 마감한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