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K-콘텐츠 시장이 인수합병 소식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월 네이버(
NAVER(035420))가 왓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카카오(035720)도 웹소설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래디쉬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영권 인수액은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래디쉬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사진/래디쉬
래디쉬는 영미권 기반 웹소설 플랫폼으로 2016년 설립됐다. 현지 작가 생태계를 중심으로 집단 창작하는 이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은 짧은 호흡에 전개가 빠른, 모바일에 특화된 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220억원, 월간 이용자수는 100만명 규모로 미국 웹소설 플랫폼 중에서 5위권 수준이다. 창업자는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한국인 이승윤 대표로, 수 존슨 전 ABC 부사장, 신종훈 카카오페이지 공동창업자 등을 영입해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래디쉬와의 인연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당시 래디쉬에 322억원을 투자해 지분 12%를 확보했고, 이후 올해 2월 벤처캐피털(VC) 등이 보유한 래디쉬 지분을 추가로 넘겨받았다.
이번 인수는 직접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까지 나아간 행보로 드라마, 영화, 웹툰의 원천이 되는 IP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매출 3위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지분 40%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IP 콘텐츠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까진 확보하지 못해 공격적인 사업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는 경쟁사 네이버와의 격차를 빠르게 벌리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왓패드 로고. 사진/네이버
앞서 네이버는 지난 1월 6500억원을 들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왓패드는 2006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개방형 소셜 스토리 플랫폼으로, 지난해 기준 10억개 스토리와 9000만명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네이버가 2014년부터 자체 육성한 웹툰 플랫폼 '웹툰'은 미국 내 매출 1위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00년대 초반 ‘조아라’와 ‘문피아’ 등으로 대표되는 웹소설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2010년부터 공격적으로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섰다. 특히 해외 시장의 경우 웹소설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선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IP 재확산 효과가 큰 웹소설이 주요 콘텐츠 사업으로 꼽힌다.
인수 규모와 시기의 측면에서는 네이버가 한발 앞서있지만 카카오는 바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하는 만큼 양사의 승부를 미리 예단하긴 어렵다. 네이버의 경우 오픈마켓처럼 누구나 작품을 자유롭게 올리고 독자를 찾는 공간으로 운영되며 한달에 일정 구독료를 내면 광고를 안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반면 카카오는 클로즈드마켓(일부 작품만 사고 팔 수 있는 형태)으로, 미리 선별된 IP가 주로 올라가는 방식이어서 유료 구매까지 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해 플랫폼 사업자로서 가입자부터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면 카카오는 좋은 콘텐츠를 먼저 확보해놓고 이용자들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아직까진 시장 진출을 누가 먼저했느냐, 현재의 전략이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 경쟁력 우위를 논하긴 어려운 상태로, (승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몇가지 절차가 남았고, 경영권 등에 대한 부분은 확정적으로 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